‘오피스텔 전수조사’ 큰소리치고 계획조차 안잡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또다시 신뢰를 잃고 있다.‘집값 처방은 일단 위기만 모면한 뒤 버티면 그만’이라는 안일함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정부는 지난해 8·31 대책을 내놓으면서 올해 2∼4월쯤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해 전수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사실상 주택이기 때문에 국세와 지방세를 모두 실제과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자치부, 재정경제부, 국세청 등 정부부처는 조사계획이 전혀 없는 상태다. 대신 일선 시·군·구청으로 조사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정부,“우리 업무 아니다”
지난해 강도높은 조사 방침을 세운 것과 달리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재산세 등 지방세는 지자체가 부과하기 때문에 행자부 차원에서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조사 계획을 세울 일은 아니다.”면서 “지자체가 알아서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2∼4월 전수조사 방침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행자부 차원에서의 전수조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나 국세청도 마찬가지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자체가 오피스텔의 사용 형태를 조사한 뒤 주택용 재산세를 부과하면 국세청은 해당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보고 종부세나 소득세 등을 매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피스텔의 주거용 사용 여부에 대한 확인은 기본적으로 지자체 소관이라고 덧붙였다.
●지자체,“정부 지침 없고, 전수조사 현실성 없다”
일선 지자체는 주거용 오피스텔을 전수조사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주거용인지에 대한 판단은 더욱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청 관계자는 “관할 타워팰리스에 분양된 480가구의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쓰이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도 출입 자체가 안돼 조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380가구 중 상당수는 사실상 주거용으로 쓰이지만 주택용으로 재산세가 부과되는 가구는 전무하다.
성남시 분당구 고급 주상복합건물인 동양파라곤과 로얄팰리스에도 각각 1113가구와 58가구가 오피스텔로 분양됐지만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분당구청 관계자는 “어디까지를 주거용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지침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조사를 하면 불필요한 민원만 발생할 뿐”이라면서 “주택용으로 자진신고하는 가구에 대해서는 주택용으로 과세를 하지만 종부세나 1가구2주택에 따른 양도세가 중과될 수 있는데 자진신고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간 떠넘기기식 행정으로 주거용 오피스텔 소유자들은 교묘하게 각종 세금을 피해나가고 있다.
14억원에 달하는 타워팰리스 주거용 오피스텔을 갖고 있는데도 종부세 합산 때 포함시키지 않고, 무주택자에 따른 각종 청약혜택까지 보고 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2006-3-4 0: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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