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오토바이 타는 게 스포츠라고?’
국민생활체육 마포구 스포츠 모터사이클 연합회 회원들이 자주 받는 질문이다. 그렇다. 이들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산이든, 들이든 흙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리지 않고 누빈다. 바로 비포장도로(오프라인) 모터사이클 마니아들이다.
모터사이클(motorcycle)은 여러 가지로 불린다. 바이크(bike)라고도 하고, 도로교통법에서는 이륜자동차로 분류된다. 오토바이시클(autobicycle)을 일본식으로 줄여 ‘오토바이’라고도 한다.
모터사이클은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질주하는 ‘온라인’과 흙길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오프라인’으로 나뉜다. 마포구 스포츠 모터사이클 연합회는 오프라인을 즐긴다. 스릴이 넘치지만 안전하기 때문이다.
●차량 없는 흙길 달려 ‘상대적 안전´
“자연은 관대하니까요.”
오프라인이 인라인에 비해 더 안전한 이유를 묻자 홍성찬(42·무역업)씨는 “흙길에서 넘어지면 땅이 몸을 받아준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프라인 모터사이클이 더 안전한 이유는 많다. 우선 사륜구동차(승용차)와 부딪칠 걱정이 없다. 산악이나 경기장에서 달리기 때문에 넘어져도 차량과 충돌할 위험이 적다. 게다가 속도가 도로에서 주행할 때보다 훨씬 느리다. 지형이 험하다 보니 시속 60㎞를 넘지 못한다. 도로에선 시속 200∼300㎞ 달리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보호장비가 튼실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헬멧과 부츠, 팔꿈치·무릎 보호대, 상반신 보호대, 장갑 등을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그래서 구경나온 가족들도 “모터사이클을 비포장도로에서만 탄다면 레저활동을 해도 된다.”고 동의한다.
●상하좌우 요동… 운동효과 뛰어나
스릴이 만점이다. 국제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조성호(37·KTN코리아 사장) 연합회 사무장은 “도로에서 타는 모터사이클은 속도감으로 스릴을 느끼지만, 비포장도로에선 말을 타듯이 산악 지형물에 따라 공중으로 날고 땅에 떨어져서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좌우, 위아래로 요동치는 모터사이클 위에서 자세를 유지하다 보면 온몸에서 땀이 흐른다. 위준태(37·건축설계)씨는 “온라인이 평면적이라면, 오프라인은 입체적”이라면서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까지 쓰다 보니 운동 효과도 탁월하다.”고 했다. 올라가기 힘든 지형은 100㎏짜리 모터사이클을 끌고 걸어가야 하니 더욱 그렇다.
포장도로에서 타다 지난해 말 오프라인을 시작한 김철희(46·인테리어업)씨는 실력을 쌓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선수들이 6∼7m 점프하고,20∼30m 공중에 떠있는 모습을 지켜보면 전율이 느껴진다.”면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 그런 경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선 모터사이클의 배기량이 중요하지만, 오프라인에선 운전자의 기술력이 스릴을 좌우하는 열쇠다.
●30~40대가 주축… 전용 경기장 절실
오프라인 모터사이클이 레저 스포츠로서 매력적인데도 동호인 수는 제자리걸음이다.2000명 정도로 추산되며 마포구 협의회에서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모터사이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조 사무장은 “오프라인 모터사이클은 새로운 놀이 문화를 갈망하는 30∼40대가 주축으로 발전하는데 일반 시민들은 10대 ‘폭주족’을 연상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사회적 인식 탓에 전용 경기장이 하나도 없다.
그는 “놀이공원에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모터사이클 경기장을 마련하고, 이런 곳에서 체계적으로 안전 교육을 진행해야 도로 사고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레포츠용 모터사이클 종류
(1)ATV:사륜자동차 형태의 산악용 모터사이클. 사륜 구동 방식과 이륜 구동 방식이 있다.
(2)트라이얼:실내의 인공 장애물이나 산속의 험난한 자연 지형물을 주행하는 사이클. 속도가 느리다. 안전을 생각하며 운동량을 높이고자 하는 동호인들이 즐긴다.
(3)랠리:사막에서 대륙을 횡단하는 사이클. 장거리 비포장 도로를 여행하고, 도로 주행도 가능하다.
(4)엔드로:하드코어 형태로 비포장을 달리는 익스트림 사이클. 순발력이 뛰어나 한국 산악 지형을 자유롭고 빠르게 주행할 수 있다. 차량에 따라 도로 주행도 일부 가능하다.
(5)모터크로스:엔드로에 비해 날렵하다. 헤드라이트가 없어 장거리 주행은 불가능하지만 자유로운 점프가 가능한 경기용 사이클다.
(6)FX 바이크:산악 자전거와 산악용 모터사이클의 중간 성격으로 새로 등장했다. 도로주행이 가능하다.
■ 도움말 마포구 스포츠 모터사이클 연합회
■ 모터사이클 안전하게 즐기려면…
스포츠 모터사이클을 즐기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운전면허증은 따로 필요없다.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는 산악 지형이나 경기장에서 모터사이클을 타기 때문이다. 나이, 성별과 관계없이 취미, 여가 활동으로 즐기면 된다. 그러나 도로에서 125㏄ 이상의 모터사이클을 몰려면 면허증을 따야 한다.
국민생활체육 마포구 스포츠 모터사이클 연합회는 동호회 신입 회원을 대상으로 매주 토·일요일 교육시간을 마련했다. 장기적으로는 청소년과 일반인을 위한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모터사이클을 처음부터 구입할 필요는 없다. 기본 운행방법을 배울 때까지 연합회가 빌려준다. 그러나 보호장구는 구입하는 게 좋다. 헬멧, 부츠, 팔꿈치·무릎보호대, 티셔츠, 바지 등을 모두 갖추려면 100만∼150만원이 든다. 그러나 동호인 카페에서 중고를 찾아보면 훨씬 저렴하다.
첫 교육시간에는 시동을 끄고 모터사이클 위에서 기본 자세를 배운다. 요동치는 사이클 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훈련이다. 다음으로 각 장치의 기능을 익힌다. 이론교육이 끝나면 공터에서 8자 주행연습을 한다. 좌·우 커브를 도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서다. 평균 하루면 기본 주행을 습득할 수 있다.
이후에는 연습만이 남았다. 공터에 장애물 코스를 만들어 놓고 산악의 험한 지형을 피하거나 타고 넘는 방법을 체득하는 것이다. 자신감이 생기면 모터사이클을 승용차에 싣고 실전에 나선다. 장흥이나 일산, 판교 부근에 크고 작은 산에서 즐긴다. 잘 타는 사람을 선두와 후미에 두고, 등산객이 다니지 않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게 안전하다.
선수로 활동하는 조성호 연합회 사무장은 “포장도로에서 모터사이클을 타본 경험이 있으면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과신해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면서 “비포장도로에선 속도를 크게 줄여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세한 사항은 연합회 홈페이지(cafe.daum.net/foxpeople)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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