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도서 3시간내 문앞까지
‘150명 항시대기, 전화 한 통이면 끝까지 책임집니다.’ 유흥가를 지나며 봤던 야한 광고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외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의 독서활동을 돕기 위해 이달부터 시작한 ‘장애인을 위한 책배달 서비스’의 선전문구다.금천구가 서울에서 처음 시작하는 책배달 서비스에 봉사를 자청하고 나선 자원봉사자도 줄을 이으면서 구청도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금천구는 지난 1일부터 도서관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3급이상 장애인들을 위해 ‘대여부터 반납까지’ 책임지는 책 배달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책 배달을 원하는 장애인들은 읽고 싶은 책을 정해 거주지 동사무소 자원봉사캠프에 전화하면, 자원봉사자들이 도서관이나 마을문고 등에서 책을 빌려 장애인들에게 전달해준다. 다 읽은 후에 다시 전화를 걸면 반납하는 일까지 책임진다. 소설부터 잡지, 음반까지 도서관에서 대출 가능한 것이라면 모두 전화 한 통화로 가능하다. 앞으로 책 읽어주는 서비스도 진행할 계획이다.
●전화 한통에 소설부터 음반까지
“번번이 미안해서 어쩌죠. 고맙게 읽을게요.”
22일 오후 서울 금천구 시흥3동 한 가정집. 척추장애인 김수길(67)씨는 책을 건네받으며 미안해 어쩔 줄 모른다. 김씨가 빌린 책은 조정래의 대하소설 ‘한강’ 4,5권. 그간 읽고는 싶었지만 한질을 모두 사기엔 부담스러워 눈독만 들였던 작품이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더운 이날 자원봉사자 이해복(63)씨는 김씨의 전화를 받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김씨의 집을 찾았다.
김씨가 반납한 책 3권을 다시 도서관에 돌려줘야 하루 일과가 끝난다. 이씨는 “단순한 일이지만 받아보는 분의 환한 미소를 보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듯 뿌듯한 마음까지 든다.”라며 미소지었다.
●책 읽어주는 서비스로 업그레이드
금천구에 사는 장애인 가운데 중증에 속하는 3급 이상 장애인은 모두 2976명. 이중 10%정도가 책배달 서비스의 단골고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정복지과 전선희 팀장은 “장애를 가진 분들이 책을 좀더 쉽게 읽고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면서 “주위에 좋은 시설의 도서관들이 많지만 여전히 장애인에겐 벽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달에 걸리는 시간은 3∼4시간 정도. 오전에 신청한 책은 대부분 그날 안에 받을 수 있다.150여명이 넘는 책 배달 자원봉사자 덕분이다. 평일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며 책배달 등 각종 자원봉사업무를 담당해주는 귀중한 자원들이다. 책은 마을문고와 가산정보도서관, 금천구립도서관 등에서 대여한다.
이날 처음 전화로 소설 ‘아버지’(점자본)를 신청한 이동열(51·시각장애 1급)씨는 “과거 이동도서관이 있긴 했지만 언제 왔다 갔는지조차 알 수 없어 아쉬웠다.”면서 “점자책은 물론 듣는 책인 오디오 북까지 대여가 가능하다고 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인수 구청장은 “책 배달을 통해 소외계층에는 책 읽는 문화가, 비장애인들은 나눔의 기쁨이 전해지는 행복한 금천구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7-8-23 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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