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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 “내 먹이는 내가 점검한다”

동물의 먹성을 보고 있으면 영악함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저 주는 대로 받아먹을 것 같은 동물원 동물들도 건강을 위해 제 먹거리는 철저히 점검하기 때문이다.

쇠고기 수입 협상과 관련,‘검역 주권’논란에 빠진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물개도 어두일미(?)


해양관에 사는 물범이나 바다사자는 생선 맛을 구별하는데 귀신이다. 고등어부터 꽁치, 동태, 이면수까지 바다에서 나는 모든 생선은 거의 다 먹지만 메뉴별로 호불호가 분명하다. 가장 좋아하는 생선은 싱싱한 이면수.

그 중 6시간 넘게 서서히 해동한 것을 최고로 치는데 좋아하는 것을 먹을 땐 자세부터 다르다. 매일 밥을 먹는 한국 사람이 쌀의 질을 바로 알아차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두일미(魚頭一味)일까. 녀석들은 반드시 머리부터 먹는다. 최재덕 사육사는 “여럿이 싸우듯 경쟁해 급히 삼켜야 할 때를 빼면 생선 머리부터 먹는다.”면서 “꼬리를 물었을 땐 살짝 돌려 머리부터 삼키는 기술이 거의 예술”이라고 감탄했다.

사실 이런 습관은 맛보다는 먹이가 멀쩡한지 확인하려는 본능이라고 한다. 상하기 쉬운 앞부분(머리)부터 맛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삼키기 쉽다는 이유도 있다.

●고혈압 방지용 양파 먹는 기린

아프리카 코끼리 리카(♂·30)는 건초덩어리를 물에 말아먹는 습성이 있다. 야외 사육장에 건초를 풀어두면 녀석은 꼭 한 덩어리를 코로 짚어 풀장 속에 담가뒀다가 조금씩 뜯어먹는다. 사람이 몇 숟갈을 남기고 물에 말아 먹는 걸 보는 듯해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는데, 풀장이 금방 더러워져서 사육사들은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리카의 버릇은 나름 이유가 있다. 박광식 사육사는 “물을 적시면 탈 없이 삼키기 좋고 건초 속에 숨어있는 먼지 등도 깨끗이 털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모습은 유인원 사이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일본원숭이 등은 동그랗고 딱딱한 전용사료를 물에 불리거나 씻어먹는다. 역시 먹이를 되도록 깨끗하고 소화하기 편하게 만들려는 습성으로 보인다.

기린은 건강식을 잘 참고 먹는다. 먹기 힘든 건강식은 매일 1개씩 공급되는 양파. 목이 긴 기린은 신체구조상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에 취약한 탓에 동물원은 몇 년 전부터 건강식으로 양파를 공급하고 있다. 물론 야생에서는 전혀 먹어보지 못한 채소다.

동물원 관계자는 “톡 쏘고 매운맛을 어떻게 참아내고 먹을까 궁금했지만 용케 남김없이 먹어주니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8-5-7 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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