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경기 수원시 우만동 우만종합사회복지관 한글교실에서는 한글을 읽고 쓸 줄 모르던 할머니들이 뒤늦은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이 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20여명의 할머니들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시집을 갔고 남편 내조와 자식 교육에 평생을 바치다 어느새 환갑을 넘겼다. 그러다 보니 한글을 깨우치지 못해 노래방도 못 가고, 신문도 못 보고, 버스노선도 못 읽어 답답한 나날을 보내 왔다.2004년 수원시가 이 곳에 한글교실을 개설한 후 까막눈 할머니들에게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
“글을 몰라 혼자서는 버스도 탈 수 없었는데, 여기 오면서 심 봉사가 눈을 뜨게 됐어.”
중급반에 다니고 있는 전원자(80·우만동) 할머니는 “글을 몰라 그 동안 손주녀석 대하기도 창피했었는데 이제 사람 만나는 게 즐거워졌다.”고 환하게 웃었다.
길거리 간판을 읽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는 김진심(69·조원동) 할머니는 최근 노래교실에 등록했다.
한글교실 김민화 교사는 “결석하는 할머니는 찾아볼 수 없고 수업태도도 너무 진지해 가르치는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우만종합사회복지관 노소현 과장은 “의기소침했던 할머니들이 한글을 터득한 후 자신감이 생겨나면서 사회 생활도 왕성해졌다.”고 설명했다. 노인 한글교실은 2004년 경기도 문예기금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수원시가 추진하고, 사회복지법인 천주교 수원교구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다.
글 사진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2008-10-9 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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