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집단비리 의혹 확산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의 쌀 직불금 수령 논란이 공직자 전반의 집단비리 의혹으로 비화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14일 “노무현 정권 때인 2006년 감사원이 다수 공무원의 쌀 직불금 수령 비리를 파헤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직격탄을 날림에 따라 파장은 대대적인 공직사회 ‘숙정’을 넘어 전·현 정권의 가파른 대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예고하고 있다.●전·현 정권 대치 가능성
일각에서는 쌀 직불금을 타낸 고위 공직자 가운데 일부가 ‘S라인’(서울시 출신 공무원)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이명박 정부에 타격을 안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비리의 실체가 무엇인지, 불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조차 쉽지 않은 형국인 셈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권은 즉각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부당취득한 현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명단 공개를 주장하며 이번 파문을 이명박 정부의 부도덕성과 연결지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준표 폭탄발언으로 정치쟁점화
청와대는 지난 주 이 차관 문제가 불거졌을 때만 해도 충분히 해명될 것으로 낙관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지난 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다뤄졌지만 ‘이 차관이 적극 해명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로 정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차관의 해명이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 설득하지 못하면서 자진사퇴론이 제기되자 주말을 고비로 청와대 안에서 ‘이 차관 교체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이날 홍 원내대표의 폭탄발언은 사안의 성격을 완전히 뒤집어 놓기에 충분하다. 이 차관 개인 차원의 비리를 넘어 공직사회 전반의 ‘집단비리’, 도덕적 해이로 비화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즉각 “공무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사건”(홍 원내대표)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발본색원을 외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의도적으로 은폐했는지도 가려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차관 퇴진 공세를 펼쳐온 민주당은 “위기 모면용 물타기 전략”이라며 각을 세웠다.
●의혹 전면 파헤치기 애로
하지만 의혹을 전면적으로 파헤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우선 2006년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공무원 4만 400명을 일일이 가려내기가 어렵다. 파악된 명단부터가 없다. 직불금 신청과 지급이 시·군 등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이뤄진 탓에 중앙정부나 광역시·도는 통계수치만 갖고 있을 뿐이다. 명단을 뽑고 비리를 가려내기 위해 어떤 규모로 언제까지 조사작업을 벌여야 할지 쉽게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직자들의 모럴 해저드가 극명하게 드러난 이상 결코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엄정한 조사와 처벌을 다짐하면서도 “워낙 방대한 규모여서 조사가 쉽지는 않을 듯 하다.”고 말했다.
진경호 구혜영기자 jade@seoul.co.kr
2008-10-15 0: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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