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박 이사장이 떠올린 화두는 ‘국민연금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용할까?’였다.과연 투자 배분은 어떻게 해야 하고 수익률은 어떻게 예측해야 할지 등에 대한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아졌다.그는 21일 가진 인터뷰에서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해 국민의 노후생활을 책임지겠다.”고 첫마디를 내던졌다.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현재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종합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
그는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조차 올해 22%의 손실을 기록할 정도였으니 우리가 자신감을 가질 정도는 됐다.”고 운을 뗐다.이어 “채권은 변동성이 적지만 주식과 마찬가지로 손실이 나올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주식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금융상품이지만 채권보다 운용기간에 따라 1.5~4.3배 정도 수익률이 높다.”고 말했다.
주식과 채권의 투자비중을 조정하겠다는 뜻이다.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주식투자 비중을 높이면 비난 여론이 높아질 것이 분명했지만,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그의 전략은 역시 ‘뚜렷한 주관’이었다.
그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정해진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주식 투자 확대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단순히 주식 투자비중을 10%나 20%로 늘린다는 말은 아니었다.‘공격적 투자’가 아닌 ‘전략적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그는 설명했다.지금은 시장이 불안정하고 변동성이 큰 만큼 위험성이 큰 분야는 투자를 최소화하는 방어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즉 내년부터 주식의 비중을 높이되 상반기까지 ‘종합리스크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미리 투자위험을 예측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금융위기가 장기간 계속되면 실업자가 늘어나 연금 징수기반이 불안정해진다.현재 연금제도의 사각지대에 500만명이 있고,이 가운데 80%가 실업자다.기금 운용에 최대한 안전성을 가미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그는 “국민연금을 낼 여력이 있지만 내지 않는 고액체납자들을 최대한 발굴해 사각지대를 축소할 계획“이라면서 “또 내년부터 비상경영계획을 가동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징수 기반은 기업에도 있다.기업이 직장 가입자 연금의 절반을 내기 때문이다.따라서 기업이 무너지면 연금재정에 타격을 받게 된다.그는 “무리하지 않은 수준에서 기업에 대한 지원을 최대한 늘려 도산율을 줄이는데 국민연금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액체납자 최대한 발굴
장기적으로 그는 우라늄·석유·철광석 등과 같은 자원에 대한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국익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투자분야이기 때문이다.또 국내 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건설할 때 국민연금 자본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기술과 자본이 같이 움직이는 형태다.
현재 세계적인 연기금의 순위를 따져 봤을 때 국민연금은 5위권에 위치해 있다.위기를 기회로 삼아 발판을 마련하면 10년 안에 충분히 3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예상이다.
그는 “수익률과 안전성,우수한 인적 자원을 고려할 때 연기금 순위 3위 등극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면서 “국민들의 노후대책을 책임진다는 각오로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십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글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동북아 금융허브 꿈꾸는 국민연금
국내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신용도를 평가할 수 있는 기관은 없다.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230조원의 자금력 때문만은 아니다.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신용도를 확보하고 있어 새삼스레 국내에서 신용도를 평가받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공단은 이런 최상급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를 ‘동북아 금융허브’로 만드는데 앞장설 계획이다.
최근 세계적인 투자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 그룹의 자금을 유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지난 10월 블랙스톤은 국민연금과 공동으로 각각 20억달러씩 국내시장에 투자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블랙스톤은 전세계 주요 연기금과 국부펀드가 투자한 돈을 운용하고 있으며,올해 상반기까지 1200억달러를 유치한 거대 대체투자 전문회사다.같은 달 대체투자 전문회사인 오크트리와 30억달러,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20억달러의 공동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박해춘 이사장은 “말로만 동북아 금융허브를 떠들어서는 안된다.”면서 “우리가 발로 뛰면서 외자를 유치해 3000조~5000조원 규모인 홍콩시장을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그의 말에 따르자면 현재 600조원에 불과한 국내 금융 규모를 최소 5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것.물론 외자유치는 ‘덩어리가 크고 믿을 수 있는’ 국민연금을 앞세워야 성공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당시의 위기상황과 현재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는 것이 박 이사장의 지론이다.1997년 국민연금 규모는 28조원,주식 투자 비중은 1조 5000억원에 불과했다.하지만 지금은 연기금 규모가 230조원으로 늘고,주식 투자 비중도 10% 가까운 수준으로 늘었다.또 당시 금융위기는 아시아지역에 국한돼 있었지만 올해는 전세계로 확산됐다.투자처가 널려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매칭펀드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외자유치를 도모하고 국내 자금시장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 “동북아 금융허브를 구축하는 것도 이제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고 강조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환경관리·자원公 통합 어디까지
지난 8월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라 통합이 결정된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과 환경자원공사는 ‘2010년 1월 통합 완료’라는 큰 틀에 따라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하지만 구성원들의 직급 및 신분 보장 문제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이달 초 조해진 한나라당 의원은 양 기관의 통합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통합을 위한 ‘설립위원회’를 꾸려 새해부터 속도를 내려 했지만 현재 여야의 극한 대치가 계속되고 있어 내년 초나 되어야 설립위가 구성될 전망이다.
그동안 양 기관은 별도의 태크스포스 팀을 구성해 일주일에 한 차례씩 재무·회계·예산 분야 등 세부사안에 대한 조율을 벌여 왔다.하지만 기존 직원들에 대한 신분 보장 문제에 대해 이견이 커 회의를 중단한 상태다.결국 양 기관은 외부 용역 업체를 선정해 이 문제를 마무리짓기로 했다.
환경관리공단이 직원 1047명,자산 4조 4800억원,매출액 2054억원으로 환경자원공사(직원 1116명,자산 3조 440억원,매출액 981억원)보다 큰 편이다.
환경관리공단이 기술직 위주로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비해 환경자원공사는 쓰레기 수거 등의 기능직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관리공단 관계자는 “우리는 대졸 신입사원의 직제가 6급으로 되어 있지만 환경자원공사는 5급으로 이뤄져 있는 등 인사체계가 달라 조율이 쉽지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2010년 1월 통합 완료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자원공사 관계자도 “양 기관의 조율을 위해 용역업체까지 선정하는 등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이 문제만 해결되면 통합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는 통합을 반대하고 있다.양 기관의 업무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결국 통합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감축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정부는 통합 발표 당시 “별도의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노조는 잉여인력의 전환배치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관리공단은 수질과 대기,토양의 환경개선과 시설설치,하수관사업,환경자원공사는 폐기물 재활용과 시설설치 지원,영농폐기물 수거 등을 주관한다.
한편 선진화 방안에 포함됐던 한국환경기술진흥원과 한국친환경상품진흥원의 통합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두 기관의 덩치가 작은 반면 환경산업은 계속 커지는 추세여서 통합에 큰 논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08-12-22 0: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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