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고시 관계자에 따르면 노량진(특히 1동)에 고시촌이 들어서게 된 계기는 과거 정부의 입시학원 이주 정책과 맞물려 있다. 정부는 1970년대 말 강북 밀집 해소책의 일환으로 종로에 있는 입시학원들을 4대문 밖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폈고, 이에 따라 대성학원 등이 1979년 노량진으로 이주했다. 노량진에 수험생과 유동인구가 많아지자 고시학원 역시 뒤따라 왔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노량진의 지리적 특성도 고시촌 형성에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천과 안양 등 서울 서남부에 위성도시가 발달하자 학원이 좀더 쉽게 수험생들을 끌기 위해 노량진으로 옮겨 갔다는 것이다.
신림동에 고시촌이 형성된 이유는 서울대학교의 영향이 크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지난 1975년 서울대가 관악구로 이전하자 학생들 역시 가까운 신림동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신림동은 저렴한 집이 많아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에게는 적절한 자취 장소였다. 우리나라 수재들로 손꼽혔던 서울대 학생들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고, 고시학원도 잇따라 들어서게 된 것. 최근 들어 신림동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등장과 함께 강남으로 이전하는 학원들이 늘면서 침체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고시촌으로서의 위상은 여전하다. 관악구가 지난해 신림동 일대를 조사한 결과 고시학원 37곳, 고시원 240개, 서점 50여개가 들어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임순 한림법학원 부원장은 “고시 수험생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학원을 가더라도 사는 곳 근처를 선호한다.”면서 “수요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원이 신림동에 많이 들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2009-3-19 0: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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