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기부 출신 ·少 조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합쳐져 교육과학기술부가 됐다. 공교롭게도 부총리급 수장이 지휘하던 두 곳이 통합됐다. 과기부는 대통령직인수위에서 부처 통폐합 1순위로 거명됐다. 다른 부처와 업무가 중복된다고 했다. 최근 교육비리가 불거지자 이번에는 교육부 무용론이 불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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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급 조직에서 쓸모없는 조직으로 전락하기까지 3~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조변석개’의 극치라 할 만하다. 위상이 이처럼 ‘모 아니면 도’인 부처가 또 있을까.
정부 수립 이후 반 세기가 넘는 동안 과학 정책에는 지도자의 국정 철학이 담겼고, 교육 정책에는 지도자의 개혁 의지가 반영됐다. 그래서 과기부 연혁이 한국 성장동력의 판박이가 됐고, 교육부 연표가 사회 민주화 지표와 닮은 꼴을 이뤘다. 둘을 합했으니 교과부에는 지도자의 국정 철학과 개혁 의지를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클 법도 하다. 일은 쉽지 않고, 비난을 한꺼번에 받기 좋은 구조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이 부처의 업무를 챙기겠다고 하는 배경에는 이런 구조적인 이유도 숨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부처 정책을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김차동 기획조정실장이 과기부 출신이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과기부 시절 연구개발국장·과학기술협력국장을 지낸 김 실장은 통합 교과부에서 인재육성지원관을 거쳐 인재정책실장을 맡았다. 심야학원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사교육비 절감 대책, 대입 자율화, 학교정보 공개 정책 등이 김 실장이 손을 댄 교육 정책들이다.
부산 출신인 김 실장은 전북 군산 출신 김영식 과학기술정책실장과 함께 과학쪽에서 쌍두마차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김영식 실장은 국립 중앙과학관장으로 있다가 지난달 9일 이상목 전 실장의 후임으로 부임했다. 과학기술정책실에서는 나로호 발사와 같은 우주개발·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정책 등을 아우른다. 김영식 실장은 현안에 밝을 뿐 아니라 과기계에서 ‘호인’이라고 불리며 두루 좋은 평을 얻고 있다. 김차동·김영식 실장 모두 과기부 공보관 출신이다.
최수태 인재정책실장은 지난해 초 교과부 1급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뒤 본부로 돌아왔다. 소탈한 성격으로 직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곽창신 학술연구정책실장은 대학구조개혁팀장을 맡다가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지난달 부임했다. 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최 실장이 행시 23회, 곽 실장이 행시 22회이다. 이들 덕분인지 교과부에서는 젊은 과기부 출신 관료와 원숙한 교육부 출신 관료의 구도가 형성됐다. 과기부 행시 기수가 다른 부처보다 2~3기씩 젊었던 탓도 있다.
이규석 학교지원본부장은 정부 고위공무원단 가운데 최고령이다. 서울고 교장·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국장을 지낸 교육행정 전문가로 지난해 공개모집으로 선발됐다.
1974년 경북 교육청 9급 공채로 시작해 고위공무원단에 오른 이성희 서울시 부교육감도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교육행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데다 성격이 호탕해 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이 부교육감은 최근까지 교과부 학교자율화추진관을 지냈다. 김경회 전 부교육감이 지방선거 출마를 이유로 퇴직하자 자리를 옮겼다.
지금까지는 교사·전문직 출신이 고위직에 오르는 경우가 교과부에서 드문 일만은 아니었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지난달 관훈토론에서 교직과 부처 간 순환근무에 대해 “필요한 것 같다.”고 긍정적인 면을 인정하기도 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10-04-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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