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문에 부처마다 최대 8배까지 차이나는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도 기관의 특성과 해마다 추진하는 사업에 따라 다르다는 식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예컨대 외교통상부처럼 정책적인 업무, 사람 만나는 업무가 많은 부서일 수록 기관 인원수 대비 사용액이 많다는 식이다.
서울신문 분석 결과, 기관별로 장관의 업무추진비가 다르지만 같은 기관이라도 수장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업무추진비 총액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사업에 따라’ 달라진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지만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예컨대 총리의 경우 정운찬 전 총리 재임기간인 2010년 상반기 업무추진비는 총 5억 5357만원인 반면 2011년 상반기 김황식 총리가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4억 4000여만원으로 1억 1000만원 이상이나 적다. 그 이전인 한승수 전 총리가 재임하던 2009년 상반기 총리가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5억 3593만원이라고 공개됐다.
조사결과 총리실은 2009년 이전까지는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를 모두 합산해 업무추진비를 공개한 반면, 2010년 이후부터는 업무추진비만 업무추진비로 공개했다. 결과적으로 같은 기간 정 전 총리가 전임이나 현임에 비해 많이 쓴 것인데, 공개 내역으로만 보면 한 전 총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쓴 것처럼 보인다.
총리의 업무추진비는 장관들과 달리 한도가 정해져 있다. 2009년과 2010년의 경우 업무추진비 예산은 7억 7900만원, 특정업무경비는 3억원이다. 올해 업무추진비는 8억 400만원이다. 총리실측은 “총액으로 보면 한도 이외에 사용한 것은 없어 문제가 없다.”면서 “특정업무경비까지 합산해 공개하던 잘못된 방식을 2010년부터 바로 잡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투명한 정보 공개는 뒷전이고 한도 내에서만 쓰면 그만이란 식이다.
외통부와 고용노동부도 전임자와 현임자의 업무추진비 차이가 크다. 총리실을 비롯한 이 3개 부처는 대부분의 다른 부처들이 전·현임 장관의 업무추진비 차이가 거의 없는 것과 대조된다.
유명환 전 장관 시절이던 2010년 1~9월까지 외통부 장관의 월 평균 업무추진비는 1351만원(9개월간 1억 328만원)인 반면 현임인 김성환 장관은 6개월(2010년 4분기와 2011년 1분기)간 사용액은 월 평균 512만원(6개월간 3125만원)으로 유 전 장관의 절반 수준도 안된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도 2010년 취임이후 사용한 월 평균 업무추진비는 720만원으로 전임인 박재완 장관이 쓰던 업무추진비의 50% 정도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공개됐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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