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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300포대에 담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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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얼굴 없는 천사’ 3년째 익명기부

“쌀 300포대 가니까 설 앞둔 어려운 분들 위해 잘 사용해 주세요.”

지난 5일 오전 9시 서울 성북구 월곡2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이형우 사회복지사는 갑자기 걸려온 기부 전화를 받고 고개를 갸웃했다.

적잖기도 하거니와 기부자가 한사코 이름 밝히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20㎏짜리 쌀 300포대는 현금으로 1350만원어치여서 개인이 보내기에는 매우 많은 물량이었다.

이씨는 그제서야 지난해 1월 19일 오전 쌀 200포대를 보낸 익명의 기부자 전화 목소리를 떠올리고는 무릎을 쳤다.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얼굴 없는 천사’가 쌀을 보내왔다고 생각했다.”면서 “해마다 설을 앞두고 따뜻한 온정을 베풀어 주는 기부천사가 등장해 가슴이 뿌듯하고 벅차오른다.”고 덧붙였다.

정확하게 2시간 뒤 충남 아산시 미곡처리장에서 도정한 쌀이 15t 트럭에 실려 왔다. 쌀포대를 부리는 인부 2명도 기부자를 모른다고 했다.

9일 성북구와 월곡2동 주민센터에 따르면 해마다 이 지역에 쌀을 기부하는 손길이 늘면서 설 연휴를 앞두고 훈훈한 이웃의 정이 넘치고 있다.

익명의 기부자는 2010년 10㎏들이 쌀 100포대를 보낸 데 이어 지난해 200포대, 올해 300포대 등 해마다 100포대씩 기부물품을 늘려 가며 온정을 베풀었다.

얼굴 없는 기부천사 소식이 주변에 알려지자 해마다 20㎏들이 쌀 수십 포대를 몰래 주민센터에 놓고 사라지는 제2, 제3의 기부천사까지 등장했다. 설을 앞두고 제수용품은커녕 끼니조차 아쉬운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나 저소득 조손가정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구 관계자는 “가뜩이나 각박해지는 세태에다 나라 경제가 어려워 흉흉한 사건도 쏟아지는데, 그나마 이런 사례로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2-01-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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