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정대로 지원할 것” 인천 “평창 수준 지원” 요구
6일 인천시에 따르면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아시안게임 주 경기장 건설은 승인하지 않았다. 승인한 것은 문학경기장에 대한 증축”이라고 밝혔다. 시가 제기한 ‘아시안게임 반납론’에 대해 반응을 자제하던 문화부가 승인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문화부가 기존 문학경기장을 활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주 경기장 신설을 반대하자 민자사업으로 추진한다는 조건으로 2009년 9월에 승인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후 민자사업이 무산돼 시 재정 사업으로 하겠다는 전제로 지난해 5월 다시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화부 측은 “인천시가 자체 재원으로 주 경기장을 건설하겠다고 해서 승인했는데 국비 지원을 요청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당시 승인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문화부 관계자는 “최 장관의 발언은 문화부 입장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데는 양측 간의 ‘기 싸움’이 작용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5월 재정난 타개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아시안게임에 평창동계올림픽과 같은 70% 수준의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회를 반납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문화부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에 규정된 30% 지원을 70%로 늘릴 경우 78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해야 하는데 전체 체육진흥기금이 7000억원에 그쳐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인천아시안게임 지원에 관한 것은 내년 충주조정세계선수권대회,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 등과 같은 특별법에 규정돼 있어 인천만 지원율을 높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해 주 경기장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도 주 경기장 건설을 지원하면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말했다.
당초 인천시가 ‘아시안게임 반납론’을 제기한 것은 대선 국면을 이용한 승부수라는 해석이 있었다. 실제로 인천을 방문한 대선 주자들은 너나없이 아시안게임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측이 역으로 ‘승인 무용론’을 들고 나옴으로써 갈수록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2012-08-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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