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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이란 주된 행정행위의 상대방에게 작위, 부작위, 급부, 수인 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사업을 승인하면서 사업자에게 진입도로 부지를 매수하고 도로로 조성해 행정청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오늘 살펴볼 대법원 2006다18174판결 사안은 부담과 부담의 이행으로 행해진 사법상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한 것이다.
사안을 간략히 살펴보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사업의 시행자가 정비사업 시행으로 용도 폐지되는 국가 등의 소유 정비기반시설을 서울시로부터 유상으로 취득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가 위 유상취득계약(매매계약)이 무효라고 하여 매매대금 상당의 채무가 부존재한다는 확인 청구를 한 것이다.
사안에서 살펴볼 쟁점은 ①부담의 효력 ②부담의 위법성과 정비기반시설 매매계약의 효력 ③그 밖에 매매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사유 등이다.
먼저 정비기반시설의 유상 매수 부담의 효력에 대해 살펴본다. 주된 행정행위가 기속행위인 경우에는 법령에 규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부관을 붙일 수 없고, 그 경우 부가된 부관(부담)은 무효다(대법원 94다56883). 그에 비해 주된 행정행위가 재량행위인 경우에는 법령에 규정이 없더라도 부관을 붙일 수 있다. 다만 그 경우에 모두 적법한 것은 아니고, 재량권 일탈 남용에 대한 심사를 거치게 된다.
오늘 사안의 주된 행정행위인 사업계획승인은 재량행위에 해당하므로 법령에 별다른 규정이 없어도 부담을 붙이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관련 법령에 무상 취득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도 유상으로 취득하도록 했으므로 신뢰보호의 원칙, 평등의 원칙, 비례의 원칙 위반 등에 해당돼 위법하다. 그러나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오늘 사안은 부담이 무효가 아니라 취소 사유에 불과하고, 제소 기간이 도과돼 불가쟁력(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되는 효력)이 생겼으므로 부담이 위법함을 이유로 매매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종전 대법원 94다56883 판결에서는 무효인 부담의 이행으로 한 사법행위의 효력을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배척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는 법률행위의 유효 판단 시 부담의 효력과는 별도로 법률행위가 사회질서 위반이나 강행규정에 위반되는지 등을 따져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용도 폐지될 정비기반시설의 무상 양도를 정한 법률 규정을 강행 규정으로 보아 그에 위반된 매매계약의 효력을 부인했다.
종전에 부담이 사법상 법률행위의 동기에 불과하다는 판례의 논거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견해가 많다. 이번 판결에서는 종전 판결의 논거를 벗어나진 않았으나, 강행법규 해당 여부에 대한 해석을 확대해 개인의 권리구제를 도모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3-03-0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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