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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자락길이 서대문구에! 문석진 구청장과 걸어보니

젊은 부부가 유모차를 몰고 간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눈에 띈다. 만삭 임신부가 들숨 날숨을 되풀이하며 걷는다. 조깅을 즐기는 외국인도 더러 지나간다. 예쁜 구두를 끝내 포기하지 않은 아가씨도 있다.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책 읽는 아이들도 보인다. 책 들고, 구두 신고, 유모차 밀고, 지팡이 짚고 가는 산길인데, 다들 표정들이 밝다. 계단이나 턱이 없는, 거기에다 길의 경사도가 9도를 넘지 않도록 한 무장애 길이라 그렇다. 발에 걸리는 것 없이 완만하다보니 오르락내리락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 1일 서대문구청 뒤편 안산자락길에서 문석진 구청장이 자락길의 힐링 매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락길은 무장애길로 조성됐는데, 무장애길이란 노약자나 장애인 등의 육체적 장애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마음속 장애까지 훌훌 털어낸다는 의미다.서대문구 제공


더욱이 흔히 땡볕 아래 노출된 곳과 달리 오랜 나무가 만들어낸 그늘이 시원하다. 슬쩍 고개만 돌려도 주변엔 아카시아에 애기똥풀이 지천으로 널렸다. 자락길이란 말도 여기서 나왔다. 치마자락처럼 그 산의 맵시나는 부분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볼 것도 많고 걷기에 편하니 무릎 시린 부모님을 모시고 오기에 딱 맞다고 얘기하자 씨익 웃으며 내놓는 대답이 그럴싸하다. “너무 유명해져서 구민들이 불편해지시면 안 되는데….” 그러면서도 내력 설명은 잊지 않았다. “손해보는 것도 있습니다. 안산하면 다들 경기도 안산을 생각하셔서…. 산이 안장처럼 생겼다고 해서 안산이고, 소 등에 짐을 싣기 위해 올리는 길마 같다고 길마재라고도 불렸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산인 게지요.”

지난 1일 오후 문석진 서대문구청장과 함께 안산 자락길을 걸었다. 안산 주변 7.7㎞를 빙 두르는 순환형 무장애 길로 올해 10월쯤 완공 예정이다. 기존 등산로 가운데 활용할 부분은 활용하고 그 빈 구간을 나무 데크로 연결하는 방식을 택해 예산도 최대한 아꼈다. 길을 걸어가는 내내 안산 자락길에 대한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처음부터 자락길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원래 시범아파트가 있었습니다. 거기까지 진입로를 걷는 길로 만들었더니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9월 2차 구간을 조성했습니다. 그러면서 장애인들과 함께 휠체어를 밀고 들어갔어요. 그랬더니 장애 때문에 한번도 제 발로 숲 속에 들어와본 적이 없던 사람들이 너무 감격스럽다면서 엉엉 울더라고요. 아예 한바퀴 빙 둘러서 만들자고 결심한 겁니다.”

꼭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무장애라는 건 보통 사람에게도 장애가 없다는 뜻이에요. 요즘 등산 바람이 거센데, 가서 보세요. 다들 자기 발밑을 보고 가기 바빠요. 그런데 이렇게 데크를 깔아서 발에 걸리는 게 아무것도 없는 길을 만들어두니까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앞으로 바라봅니다. 이런 게 보통 사람들의 마음속 장애도 훤히 틔워주는 겁니다.”

문 구청장의 트레이드마크는 ‘동 복지허브화 사업’. 청와대 등에서 몇번이나 사례연구 차원에서 다녀갔다. 문 구청장은 안산 자락길 역시 이런 복지사업의 일환이라고 했다. “뜻하지 않게 칭찬을 많이 받았지만, 막상 해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려는 의지가 중요할 뿐입니다. 자락길에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3-06-0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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