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고향~ 영등포 찬가 구청장·구의원 입맞췄네!
“흐르는 강물을 따라 세월을 돌고 도니 삼십년을 하루처럼 마음 다해 사랑했다. 막막한 인생 싣고 무작정 떠나 보니 기차가 멈춘 여기. 아~아~아, 사랑한다 눈물의 영등포 역전. 오늘도 희망 찾아 걷는 사랑하는 나의 영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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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고향에 대한 사랑을 듬뿍 담은 트로트 ‘나의 영등포’를 만든 조길형(왼쪽) 영등포구청장과 윤동규 구의원. 영등포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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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을 놓고 서로 으르렁거릴 것 같은 구청장과 구의원이 의기투합, 지역 사랑을 듬뿍 담은 노래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과 윤동규 구의원이 주인공이다. 서로 닮은 구석이 많다. 젊은 시절 고향을 떠나 서울로 와 고생 고생을 하다 영등포를 제2의 고향 삼아 살아온 지 30년을 훌쩍 넘겼다. 25년 지기인 이들은 영등포구의회 5대 구의회 의장(조 구청장)과 구의원으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노래를 만들게 된 계기는 올해 초 지인들과 함께한 관악산 산행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관악산 정상 연주대에 오르면 저 멀리 한강과 영등포를 내려다볼 수 있어 조 구청장과 윤 의원에겐 옛 생각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당시 윤 의원은 1960년대 ‘아빠의 청춘’을 불러 유명한 가수 오기택의 ‘영등포의 밤’처럼 지역을 널리 알리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를 건넸다. 자랑할 정도의 노래 솜씨는 아니라서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는데, 조 구청장이 평소 마음속에 담고 있던 구절이 있다며 이를 다듬어 노랫말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조 구청장은 혈혈단신으로 고향인 전남 영광을 떠나 서울에 도착했을 때 심경 등을 절절하게 담았다. 고향 전북 김제를 떠나 영등포에 정착했던 윤 의원도 이심전심의 노랫말이 눈에 쏙 들어왔다. 윤 의원은 주변의 추천으로 역시 영등포에 살고 있는 정원수 작곡가를 찾아갔다. ‘미련의 브루스’ ‘빈자리’ 등을 만든 중견 트로트 작곡가인 그는 조 구청장의 가사에 흥겨운 디스코풍 멜로디를 붙였다.
윤 의원은 지역 내 인기 가수로 떠올랐다. 봄꽃 축제, 벚꽃 축제, 효잔치, 케이블 채널의 가요 프로그램 등 벌써 스무 차례 정도 무대에 섰다. 조 구청장은 아직 공개 석상에서 ‘나의 영등포’를 부른 적은 없다. 대신 노랫말을 시처럼 낭독하는 기회를 마련해 보겠다며 웃는다.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한때 동료였다가 지금은 서로 견제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영등포를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습니다. 함께 노래를 만든 것처럼 수시로 소통하며 지역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겠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3-07-04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