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새 재단과 손잡아…충남도 조만간 새 파트너 결정
지난 16년간 가정형편이 어려운 18세 이하 화상 환자들에게 ‘희망의 빛’이 됐던 미국 로스앤젤레스 슈라이너병원과 충청권 지방자치단체의 ‘사랑의 인술사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14일 충청권 지자체에 따르면 그 사이 국내 의료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미국에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환자를 안정적으로 치료하는 길이 열리는 등 의료환경이 바뀌자 슈라이너병원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국내 병원 및 후원재단과 새로운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사랑의 인술사업’은 충청권 지자체와 슈라이너병원이 손을 잡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18세 이하 화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시술을 지원하는 의료복지모델이다. 민선 1기인 1997년 충남도와 슈라이너병원이 ‘장애아동 무료시술 협정서’에 서명하면서 시작됐다.
2002년에 충북도가, 2003년에 대전시가 동참하면서 수혜지역이 넓어졌다. 현재까지 135명(충남 86명, 충북 32명, 대전 17명)이 슈라이너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대전시는 최근 슈라이너병원 대신 국내 최대의 화상치료 후원재단인 베스티안화상후원재단(대표 설수진)과 협력하는 내용의 ‘사랑의 인술사업 추진체계 변경안’을 확정했다.
대전시는 이런 내용을 슈라이너병원 측에 통고 지난달 말 베스티안재단과 ‘저소득층 화상환자 치료 및 의료비 지원에 대한 업무협약’을 했다.
대전시는 저소득층 화상환자를 발굴해 재단에 추천하고, 베스티안재단은 저소득층 화상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환자 치료비와 재건성형에 필요한 의료비 등을 지원하게 된다.
대전시의 이런 방침은 국내 재단이나 병원 등과 손을 잡고 화상환자를 치료하면 시비를 들이지 않고도 화상환자를 안정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보통 화상환자 1명이 슈라이너병원에서 1차례 치료를 받으려면 800만∼1천만원의 항공료와 체재비가 들어가지만 국내에서 치료를 받으면 이런 비용을 전혀 들이지 않아도 된다.
의료관광 선도도시로서 해외환자를 유치해야 하는 도시가 미국에 환자를 보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추진체계 변경에 한몫했다.
이 사업을 초기부터 주도해 온 충남도도 최근 최근 슈라이너병원과 관계 정리 방침을 확정하고, 올해 하반기 국내 파트너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베스티안후원재단과 건양대병원, 단국대병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의영 충남도 장애인복지과장은 “그동안 슈라이너병원의 도움 때문에 화상 피해를 본 충청권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며 “조만간 슈라이너병원 경영진과 의료진을 초청해 고마움을 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도 최근 슈라이너병원과의 사랑의 인술사업 중단 방침을 확정했다. 아직 완치되지 않은 환자 1명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마친 뒤 사업을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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