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피고 회사는 협약 체결 당시에는 송유관 설치 행위가 한국도로공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었으나 도로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송유관 설치가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자유로운 행위로 변경되었으므로 송유관 매설 및 이전에 관한 협약의 효력이 상실됐다, 송유관 설치 및 이전에 관한 비용을 피고 회사에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결부 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비용 부담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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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의 쟁점은 ①공작물 설치 및 도로 점용 허가와 그에 부수된 협약의 법적 성격 ②주된 행정 처분의 근거 법령이 개정돼 부관(附款)을 붙일 수 없게 된 경우 부담의 효력 ③부당결부 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라고 하겠다.
먼저 공작물 설치 및 도로 점용 허가는 수익적 행정행위에 속한다. 특히 도로 점용 허가는 강학상 공물의 특별사용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행정행위의 성격상 특허에 해당한다(대판 96누7342). 공작물 설치 및 이전 비용의 부담에 관한 내용의 주된 행정처분은 공작물 설치 및 도로 점용 허가에 부수된 것으로 부관에 해당하고, 부관 중 상대방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부담에 해당한다.
기속행위의 경우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지 않다면 부담을 붙이는 것은 위법하지만 재량행위에는 법률에 규정이 없어도 부담의 부과가 가능하다. 강학상 특허인 공작물 설치 및 도로 점용 허가에는 행정청의 재량권이 인정되는 것이 분명하므로 부담의 부과는 가능하다.
다만, 피고 회사로서는 부담 이행 시를 기준으로 한다면 주된 처분인 공작물 설치 및 도로 점용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 부수적 처분인 부담도 역시 그 필요가 소멸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위 문제는 처분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이 처분 시인지, 판결 시인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통설에 따르면 처분의 위법 여부 판단 시점은 처분 시 사실 및 법률 상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보고, 판례의 태도 역시 같다(대판 96누9799 등. 다만,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위법 판단의 기준 시에 대해서는 침익적 처분에 대한 것과 다르게 보는 견해도 존재하고 소송의 내용 및 성격을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도 있다).
마지막 쟁점인 부당결부 금지 원칙이란 행정 주체가 상대방에게 관련이 없는 의무를 부과하거나 그 이행을 강제해서는 안 되는 원칙을 말한다.
그런데 피고 회사의 경우 사유지를 이용해 송유관을 매설하는 것보다 도로 점용 허가를 받아서 하는 것이 공사 절차와 비용 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었던 점, 비용 부담은 주된 처분과 관련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 사건은 부당결부 금지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013-08-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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