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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10월부터 ‘구로공단 여행 프로그램’ 운영

‘서른일곱 개의 방이 있던 그 집, 미로 속에 놓인 방들, 계단을 타고 구불구불 들어가 이젠 더 어쩔 수 없을 것 같은 곳에 작은 부엌이 딸린 방이 또 있던 3층 붉은 벽돌집….’


옛 구로공단과 여공들로 빽빽했던 봉제 공장(왼쪽). 이곳은 정보기술·벤처 중심지로 탈바꿈하며 첨단 기기를 고루 갖췄다. 구로구는 구로공단의 과거와 현재를 재조명한 여행 프로그램을 오는 10월부터 진행한다.
구로구 제공
소설가 신경숙은 열다섯 나이에 구로공단에서 ‘공순이’로 일하던 때를 ‘외딴방’에 옮겼다. 여공들은 ‘벌집’으로 불리는 쪽방에서 칼잠을 자면서 수출의 첨병 역할을 했지만 저임금과 고된 노동에 신음했다. 구로공단은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운동권 대학생들에게 중요한 활동 공간이기도 했다. 시위에 끼었다가 제적된 뒤 취업한 곳이어서다. 이들은 이곳을 무대로 노동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구로공단은 한국 근대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산업화·민주화의 상징인 구로공단이 ‘이야기’를 덧입는다. 구로구는 7일 공단의 이야기를 담은 ‘추억과 희망의 구로공단 여행’ 프로그램을 오는 10월부터 진행한다고 밝혔다. 가발·봉제 공장들로 빼곡했던 과거 모습과 정보기술·벤처 중심의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로 탈바꿈한 현재 모습을 재조명한다. 구는 프로그램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부터 스토리텔링 작업에 들어갔다. 김선민 영화감독이 스토리텔링 작업에 참여했다. 현재 여행 프로그램 코스로 3~4개의 안이 나와 있다. 관련 일화와 역사적 사건, 공단 여공들의 인터뷰, 주민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에 적합한 이야기와 여행 코스를 짤 예정이다. 특히 주민들이 ‘우리 동네 해설사’로 나서 직접 여행 프로그램을 이끈다. 공단 근무 경험이 있거나 투어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주민이 동네 해설사를 맡는다.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참여를 원하는 주민은 9일까지 구로구 문화체육과로 방문하거나 우편, 이메일, 팩스 등으로 신청하면 된다. 해설사로 선발되면 이달 중순부터 한 달간 구로구 여행코스 답사, 가이드 역할 등의 교육을 받는다.

구 관계자는 “G밸리의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을 지닌 장소 등을 중심으로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추진하는 ‘2013 자치구 동네관광상품 프로그램’ 공모에 선정돼 추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2013-08-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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