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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끝날까 끙끙 앓는다는 ‘성동 글로벌 영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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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없이 톡!톡! 잉글리시 쑥!쑥! 성동 ‘3W 매직’

“사실 실패의 경험이 있어요.” 학부모 A씨가 어렵게 운을 뗐다. 영어 공부를 위해 초등학교 1학년 때 아이를 미국의 겨울캠프에 보냈다. 아이는 적응 대신 충격을 받고 돌아왔다. 그래서였을까. 처음 문을 두드렸을 땐 불합격처리됐다. 그때의 공포 때문에 겁먹은 아이는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그랬던 아이가 달라졌다. 고작 3주간이었는데 영어가 툭툭 나온다. “아이가 학교에다 어찌나 자랑했던지 다른 엄마들이 저에게 어떤 곳이냐고 물어봐요. 오늘은 학교에서 데려다 주는데, 수업 마지막 날이라고 아쉬워 끙끙 앓더라고요.”

지난 4월 개관한 ‘성동 글로벌 영어하우스’ 얘기다. 영어 공부 방법은 넘쳐난다. 그런데 여전히 영어는 잘 안 된다. 어떻게 할까 하다 고재득 성동구청장이 ‘홈스테이’ 같은 걸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성동구 용답동의 단독주택을 매입한 뒤 미국에서 모건 드미트루, 에린 드미트루(24) 동갑내기 부부 교사를 모셔왔다. 아이들은 여기서 3주간 먹고 자면서 지낸다. 고 구청장은 “영어 때문에 해외연수니 해서 사교육비가 적지 않게 드는데 이걸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3주간 비용은 22만 5000원.

이곳 프로그램의 특징은 특별히 뭔가 애써서 가르치는 게 없다는 점이다. 이 집의 유일한 규칙은 오직 영어로만 말하기. 이진아 교육지원과 주무관은 이를 “학(學)을 넘어 습(習)으로”라고 정리했다. 더 가르치고 더 배운다기보다, 여지껏 배운 걸 다양한 상황 아래서 써먹어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을 뽑을 때도 영어실력 자체보다는 적극성과 사회성을 먼저 본다. 함께 어울려 놀면서 자연스레 영어를 쓰는 게 목표라서다. 이 주무관은 “언어능력은 남자보다 여자가 뛰어나다는데 여기서 관찰해보면 성별을 떠나 사회성이 뛰어난 아이들이 가장 빠른 성취를 보인다”고 귀띔했다.

현장을 찾은 지난 22일도 그랬다. 이날은 글로벌하우스 13기 학생 8명의 졸업식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오후 3시 30분쯤 한자리에 모였다. 그러곤 선생님의 지도 아래 지난 3주간의 경험을 편지로 적었다. 가장 좋았던 활동, 집에 대한 그리움, 기억에 남을 친구, 가장 소중했던 기억 등 편지에 담아야 할 내용을 일러준다. 물론 모범은 선생님이 보인다. 일일이 난 너의 어떤 점이 기억나고, 어떤 일이 재밌었고 이런저런 얘기를 꺼내며 대화를 이끌어 나가자 아이들도 곧 편지쓰기에 빠져든다.

그 다음에 롤플레이, 역할극이다. 편지를 썼으니 이제 그 편지를 부칠 차례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 선생님과 함께 우체국에 가서 편지 부치는 상황을 영어로 표현해본다. 선생님은 우체국 직원이다. 아이들은 직원에게 편지를 들고 가 어디로 보낼 것인지 설명하고 우표를 사다 붙인다. 편지를 썼으니 이제 출국해야 한다. 성동글로벌하우스에 들어오는 게 비행기 타고 미국에 오는 설정이었으니, 이제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두 팀으로 나눠서 자기들끼리 상황을 정하고, 역할을 나누고, 알맞은 대사를 만든다. 선생님은 중간중간 아이들이 잘 모르는 단어나 표현 같은 걸 물어보면 간단히 일러줄 뿐 끼어들지 않는다.

에린은 “너무 많은 시험 때문에 힘들다는 아이들의 얘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아프지만, 언어를 배운다는 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재미있고 신나는 경험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너무 부끄러움이 많아 입도 잘 못 떼던 현영이가 이 수업 덕분에 별 걱정 없이 미국에 가게 됐다고 자랑하러 오고, 수업받고 나간 지원이가 늘 여기에 놀러오는 것만 봐도 우리 아이들은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6co.kr

2013-11-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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