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 전략’ 발표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올해 상반기 안에 시간 외 종가 거래 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거래 시간 연장은 현재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반기 안에 구체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이사장실에서 만난 최경수(64)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현재 침체된 자본시장에 대한 걱정이 컸다. 주식거래 감소는 곧 거래소 수익 악화로 이어진다. 최근 방만 경영을 이유로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되지 않아 올해 예산을 전년 대비 30% 삭감하는 등 거래소 안팎으로 부는 바람이 거세다.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꺼려 왔던 최 이사장이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본시장의 꽃인 거래소의 역할과 사업 계획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거래소 이사장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그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이들이 상장하는 코스닥 시장이 중요해짐에 따라 앞으로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상장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미국의 양적완화(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축소, 일본의 아베노믹스 정책으로 인한 엔저 유도 등으로 수출 기업과 내수가 부진하다 보니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아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은 원래 1분기가 안 좋고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되곤 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하반기로 갈수록 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에서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시간 외 거래 제도 개선, 5만원 미만 종목도 1주씩 거래할 수 있도록 단주거래 확대 등이 대표적인 방안으로 정부와 협의를 거쳐 상반기 안에 추진하려고 한다.
시간 외 거래제도 개선은 현재 오후 3시 10분~3시 30분으로 정해진 시간 외 종가거래 시간을 오후 3시 10분~오후 4시로 연장하고 체결주기도 현재 30분에서 5~10분 간격으로 바꾸는 방안이다.
→거래 시간 연장안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거래 시간 연장도 증권업계와 실무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하반기 중에 중점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시장의 거래 시간대를 맞춰 투자 수요를 우리 시장 쪽으로 붙들어 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해 주요 기업들의 상장도 추진한다고 들었는데.
-상장을 늘리는 것이 주요 목표다. 유가증권시장은 30개, 코스닥시장은 70개, 코넥스시장은 100개 기업의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톡, 현대오일뱅크 같은 우량 기업들의 상장을 적극 유치하려고 한다. 현재 거래소 직원들이 산업단지와 공업단지를 돌아다니면서 상장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공기업 쪽에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공기업에는 부동산을 파는 것보다 상장해서 증자를 통해서 부채를 상환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면을 들어 권유하고 있다.
|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코스닥의 거래소 분리 방안이 들어갔다 제외됐다고 한다. 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통합거래소 출범 이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간 시장관리 제도가 유사하게 운영돼 온 게 사실이다. 앞으로 코스닥시장은 상장요건을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완화할 생각이다. 재무제표에 관계없이 신기술, 성장성만 있으면 바로 코스닥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요건을 더 풀려고 한다.
코스닥시장 진입을 쉽게 하고 불공정거래는 엄격하게 감시하는 방안을 계속 준비해왔다.
→한국의 파생상품 시장이 한때 세계 1위였지만 현재 순위가 많이 떨어졌다. 파생상품 거래에 과세하는 방안이 파생상품 거래량을 더 떨어뜨릴 수 있지 않은가.
-파생상품시장은 적은 비용으로 주식시장의 위험을 헤지(위험 회피)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거래비용 최소화가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최대한 비과세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는 단기적으로 정부의 세수를 증가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외국인이 거래 비용이 적은 일본이나 중국시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생상품 거래에 과세하기로 정부가 이미 방안을 만들어놨다면 주식·파생상품 공통으로 자본이득세 방식으로 부과하는 것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이라고 본다.
→최근 거래소에서 국채 3년물 거래에서 전산장애가 일어나는 등 전산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나선 안 된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4차례 사고가 나면서 전 부서에 정보기술(IT) 전담반을 두는 한편 전 직원의 IT화를 주문했다.
직원들에게 ‘항상 긴장해야 하고 사고가 나면 다 죽는다’고 각오하라고 말했을 정도다. 매일 IT 본부장으로부터 전산 상황에 대해 수시로 보고받는다. 24시간 시스템이다 보니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전 직원들의 IT화, IT본부, 전산 위탁 운영을 맡기는 코스콤이 삼위일체가 되도록 강조하고 있다.
2년 넘게 개발한 끝에 3일부터 가동하는 엑스추어플러스(EXTURE+)는 초고속 매매 서비스 외에 사고가 났을 경우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물론 복구할 일 같은 것은 없어야겠다.
→이번에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되지 못하면서 생기는 문제는 뭔가.
-공공기관으로 묶여 있어서 인력과 예산 통제가 있고 경영평가까지 수시로 받아야 해 민간의 창의성이 없어져 버리는 문제가 크다. 현재 시장 상황이 안 좋은 만큼 직원들이 좀 더 새로운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경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준공무원화된 조직이라 그렇게 잘 안 된다.
→방만 경영이라고 지적받는 것에 인력구조의 문제도 있다는 것인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경비성 비용을 줄이는 등 예산을 전년 대비 30% 줄였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에 이해를 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문제는 인건비다. 거래소 인적 구조를 보면 평균 근무연속이 18년으로 노령화돼 있다. 게다가 거래소 직원들은 전산시스템을 운영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등 자리에 앉아서 머리를 쓰는 전문 작업이 많고 정규직이 대부분이다.
또 입사 후 팀장조차 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반 기업과 비교하면 정상적인 구조는 아니다. 이사장 취임 후 최근 첫 인사를 하면서 능력 위주로 대폭 발탁해 인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상무는 77%(10명) 교체했고 부팀장은 60%(88명)를 바꿨다. 이 가운데 능력 위주로 발탁한 인사는 상무는 5명, 부서장은 13명, 팀장은 23명이다. 상무급은 1964년생, 부장급은 1968년생으로 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을 전진 배치했다.
물론 고참들의 능력이 필요한 곳도 있다. 시니어 그룹의 가장 큰 장점은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유가 상장 심사하는 곳, 시장감시 파트는 고도의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이 필요한 곳이다. 이들을 따로 모아 수석 상장심사역, 시장감시관 등 별도의 직함을 줘서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본인의 전문성과 경험을 살릴 수 있도록 역할을 줬다.
→관가와 민간, 공공기관 등 모든 곳을 다 경험했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
-치열함이다. 민간기업에서는 목표 달성을 위해 어디든 찾아다니는 등 치열함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
직원들 하나하나 매우 우수하지만 거래소가 경쟁 상대가 없다 보니 스스로 찾아서 경쟁해야겠다는 그런 치열함은 없다. 자본시장이 어려워서 거래도 대폭 위축되고 이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 스스로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는 게 필요하다.
대담 김성수 경제부장
정리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최경수 이사장은 ▲경북 성주 ▲경북고, 서울대 지리학과 ▲행시 14회,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제심판원장, 세제실장, 서울중부국세청장, 조달청장, 현대증권 사장
2014-03-10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