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많아져도 ‘틀’에 맞춘 조직운영… “통제 보단 자율 필요”
“서울시 조직은 경기도보다 적고 3급 이상 공무원 비율은 중앙정부의 4분의1에도 못 미칩니다. 행정수요는 많아지고 책임은 거대해지는데 이젠 변해야 합니다.” 14일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달 8일 열린 이클레이(ICLEI) 행사가 말해주듯 국가 간의 경계를 넘어 도시와 도시, 사람과 사람의 실질적 소통과 협력에 집중하는 시대”라면서 “정부가 지자체의 조직을 통제하기보다 자율권을 주고 이로 인해 국가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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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중앙정부 사무 중에 3101건을 지방으로 이양한다. 수도권 인구 밀집도는 2005년에 비해 1㎢당 128명이나 늘었다. 서울의 2013년 인구밀도는 1㎢당 1만 6402명으로 부산(4450명)의 3배 이상이다. 지역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지역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지자체가 재정과 조직에 대한 권한을 갖춰 다양한 문제에 대응할 의무가 커지는 셈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실·국 개수는 14개로 경기도(18개)보다 4개가 적다. 서울시 정원이 1만 7293명으로 경기도(1만 133명)보다 많은 것을 감안하면 합리적이지 않다는 말이 내부에서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시의 기구 수는 민선 1기와 비교해 2개(12.5%) 줄었고 정원 규모는 1223명(6.7%) 감소했다.
사실 중앙정부도 지방자치의 의미대로 지자체가 조직과 정원에 대해 일정 정도 자율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2007년부터 지자체별로 인건비 예산총액의 범위 내에서 인력의 직급별 규모, 기구 설치 및 인건비 배분에 대해 자율성을 갖도록 한 총액인건비제와 기준인건비제를 차례로 도입한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부단체장 수는 지방자치법으로, 3급 이상 공무원이 장을 맡는 기구의 수는 대통령령인 기구정원규정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자체는 조직의 정원을 법률과 시행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에서만 지자체 조례로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구가 1000만명이 넘는 서울과 경기도는 부시장을 3명만 둘 수 있다. 행정 수요 증가로 서울 관광청이나 도시재개발청을 만들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이중규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정부는 지나치게 자치조직권을 강화하면 지자체가 방만하고 비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것으로 우려한다. 한상우 한양대 지방자치연구소장은 “오랜 중앙집권 때문에 지자체의 자율권이 확대되면 혼란과 파산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하지만 전국이 우리처럼 통일적인 지방자치제도로 운영되는 경우는 어떤 선진국에서도 찾기 어렵다”면서 “다양한 제도로 지자체가 운영되는 미국과 독일도 혼란보다 시너지 효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올해 기준인건비는 1조 4896억원이지만 실제 편성한 인건비는 880억원이 적은 1조 4016억원”이라면서 “실제 자치권이 있다 해도 의회나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방만한 운영은 힘들다”고 말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제의 기본 정신을 감안할 때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의회가 조례를 통해 지자체의 정원과 기구를 견제해야 한다”면서 “5년간 기구와 정원에 대한 자치역량을 점검해 역량이 있는 지자체만 신청토록 해 이양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5-05-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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