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자원공사·중부발전·시설안전공단 기관장 해임 처지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고 직원들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한국시설안전공단도 낙제점을 받았다.
해외자원개발 실패로 국정조사를 받았던 에너지 공기업 3사 가운데 한국가스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나란히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았고 한국석유공사는 D등급에 그쳤다.
한국전력공사는 에너지 공기업 중 가장 높은 B등급을 받았으나 6개 발전 자회사들은 하나같이 성적이 좋지 않다.
남동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이 C등급을 받아 그나마 선방했으나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부발전은 D등급을, 중부발전은 E등급을 받았다.
이 때문에 광물자원공사와 중부발전은 사장이 해임될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D등급에서 올해 처음 E등급으로 떨어진 중부발전은 비상이 걸렸다.
’전기요금 수익조정계수’ 보정이라는 제도적 난점과 발전설비 노후화로 인한 잦은 고장정지 때문에 성적표가 좋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있었지만 최하 등급으로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17일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가 공개되자 중부발전의 사내 게시판에는 “당혹스럽다”, “참담하다”고 심경을 토로하는 직원들의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향상됐음에도 불합리한 평가제도 때문에 최하 등급을 받게 돼 상당히 당혹스럽다”며 “제도가 개선되는 내년에는 경영 혁신 노력을 배가해 반드시 좋은 점수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수익조정계수는 발전기별 수익을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가 배분하는 비율로, 매년 조정된다. 문제는 현행 규정상 비교 대상인 직전연도 실적에도 보정된 계수를 똑같이 사후 반영하기 때문에 실적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정해 내년부터는 개선하기로 했다.
지난해 C등급에서 한꺼번에 두 단계나 떨어진 광물자원공사도 충격이 크다.
세계적인 자원 가격 하락과 함께 지난해부터 재무제표에 반영되기 시작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의 감가상각비용이 실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원개발 비리 의혹으로 정치권 안팎의 심한 질타와 검찰 수사까지 받은 광물자원공사의 경영실적 평가가 좋을 리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자원가격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고 회계상 감가상각비 반영도 불가피한 부분”이라며 “하지만 프로젝트 비용을 절감하고 해외광산 사업을 서둘러 정상화해 경영실적을 개선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년 연속 E등급을 받은 가스공사는 침통한 분위기다.
낙제점을 받은 데는 장석효 전 사장이 개인 비리 혐의로 논란 끝에 해임당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거론된다. 이로 인해 청렴도 점수가 대폭 낮아졌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이종호 부사장이 반년 가까이 사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으며 현재 신임 사장을 뽑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요금산정 기준변경으로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냉방용 가스 판매량이 감소한 것이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가스공사의 자체 분석이다. 다음 달 신임 사장이 취임하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새로운 사장이 선임되면 모든 임직원이 합심 단결해 내년에는 좋은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시설안전공단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장기창 이사장이 해임될 처지에 몰렸다.
시설안전공단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2013년 42억3천만원 흑자에서 작년 43억5천억원 적자로 돌아선 것이 E등급을 받은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원인 분석이나 무상 안전 점검 등 예산만 가지고 수행해야 하는 공적 업무가 많아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해명하며 “내년도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직원들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것도 평가에 영향을 준 것 같다”며 “개인비리로 공단 운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이미 정리된 문제”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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