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감사’ 성적 첫 공개 의미
지난해 직무 성적을 처음 평가받은 공공기관 상임감사 10명 가운데 9명이 ‘정피아’(정치인+마피아)와 ‘관피아’(관료+마피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 대상자 27명 가운데 12명(44.5%)이 업무 전문성이 없는 새누리당 출신의 정피아였고 11명(40.7%)이 관피아였다. 모두 박근혜 정부에서 내려온 ‘낙하산’들이다. 사실상 변별력이 없는 평가 제도를 도입해 놓고는 ‘공개 평가를 했다’는 명분을 확보함으로써 낙하산 감사들에게 면죄부만 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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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80점 이상)를 받은 감사는 김충환 한국주택금융공사 감사와 윤양배 산업안전보건공사 감사 등 2명이다. 이들은 감사원과 고용노동부 출신의 관피아다. ‘보통’(60~79점)을 받은 감사 22명 중 정피아는 10명, 관피아는 8명이었다. 민간·내부 출신은 4명에 불과했다.
정부가 낙하산 감사를 대거 내려보냈으면 평가라도 깐깐하게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평가등급이 3개에 불과하고 평가 결과도 단순히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기 때문이다. 조직 2인자로 막강한 권한을 누리면서 책임과 평가에서는 ‘열외’인 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1일 “전문성과 독립성, 내부 통제, 방만경영 적발 및 예방시스템 구축 등 감사의 책임 평가를 60% 반영했고 감사원 평가와 국민권익위원회의 기관 청렴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 외부 평가를 40% 적용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외부 평가 점수를 40% 반영한 것은 객관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있지만 감사 평가를 처음 해보는 탓에 ‘자신이 없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변수가 많은 외부 평가의 비율을 낮추고 감사 직무에 대한 정교한 평가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감사 직무평가에서 25%를 반영하는 감사원 평가는 현 감사의 직무 평가와 동떨어져 있을 때가 적지 않아서다. 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 차등 지급과 인사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변별력이 작고 외부 평가를 높게 반영한다는 것은 기재부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상임감사에 대한 직무 분석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라면서 “자신감이 없으니 상·중·하 가운데 대부분을 ‘중’(보통)에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직무평가에 따른 불이익이 없는 것과 관련해서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평가제도”라고 말했다.
박광서 전남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평가 결과가 ‘보통’ 등급에 80% 이상 몰렸다는 것은 결국 평가를 형식적으로 했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특히 “공공기관 상임감사는 연임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인센티브와 페널티(불이익)를 바로 적용해야 평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측도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시인했다. 앞으로 개선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5-06-22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