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방지 위해 금속캡 정부 봉인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에서 정부 봉인을 제대로 못 만들어 번호판이 녹스는 게 말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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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 단가가 낮아 녹 방지를 하지 않은 볼트와 너트를 사용한 정부 봉인 때문에 녹물이 흐른 한 자동차 뒤 번호판. |
자동차 뒤 번호판을 고정하는 정부 봉인과 봉인 고정용 볼트를 녹슬지 않는 소재로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7일 국토교통부와 자치단체 차량등록사업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행되는 모든 자동차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앞부분과 뒷부분에 등록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 도난 방지를 위해 뒤 번호판 왼편에 정부 봉인을 하도록 했다. 정부 봉인은 금속으로 제작된 원통 모양 캡이다. 긴 번호판에 사용하는 정부 봉인은 외경이 10~12㎜, 높이 6~8㎜이고 짧은 번호판은 외경이 20~25㎜, 높이 7~10㎜ 크기다.
그러나 정부 봉인과 봉인을 고정하는 볼트, 너트에서 녹이 발생한다. 볼트와 너트가 철로 만들어진 탓에 수분과 반응해 녹이 슨다. 뒤 번호판 부근은 차량이 달릴 때 생기는 공기 맴돌이 현상에 의해 수분과 오염물질이 침투하기 쉬운 구조여서 대다수 봉인용 볼트는 녹이 슬어 있다. 볼트에서 발생한 녹은 번호판을 오염시키고 심할 경우 번호판 주위 차체까지로 번지기도 한다. 반면 봉인 장치를 하지 않은 곳은 녹이 슬지 않는다. 볼트 머리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돼 있고 너트 역할을 하는 고정 장치도 고무 재질이기 때문이다.
봉인 제조 업체들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정하지만 납품 단가가 너무 싸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단가가 크게 올라가지 않아 봉인을 스테인리스로 제작하지만 철로 된 볼트와 너트 때문에 녹을 방지하지 못한다. 한양실업 이교식 대표는 “볼트와 봉인 납품 가격이 세트당 340~400원으로 20년 전과 같아 개선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녹슬지 않게 제작하려면 1000원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이노석 계장은 “봉인과 볼트, 너트를 녹슬지 않는 재질로 제작하도록 정부가 자동차관리법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차량 봉인은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만 시행하는 제도여서 이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 사진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2015-09-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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