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男 스크린도어에 갇혔는데 센서 고장나 10초 뒤 열차 출발
메트로 ‘상황문자’ 발송 안 한채 서울시·시의회 등에 ‘늑장 보고’시민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나”
19살 정비공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구의역 사고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승객이 스크린도어에 끼어 또 한번 인명 사고가 날 뻔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메트로는 어떤 사고라도 서울시에 보고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하루 넘게 사건을 은폐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28일 오후 9시 45분쯤 4호선 동대문역에서 60대 남성이 승차하려다 스크린도어에 갇히는 사고가 났다고 30일 밝혔다. 술에 취한 이 남성은 열차를 타려고 뛰어들었는데 승차하지 못한 채 1초 뒤 스크린도어가 닫혔다. 스크린도어 센서가 고장나 승객이 낀 것을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스크린도어가 닫히고 10초 뒤 열차는 출발했다.
이 남성은 열차가 출발하며 일으킨 바람 때문에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 공간에 쓰러졌다. 다행히 안경만 망가졌을 뿐 다친 데는 없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만약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에 서 있었다면 열차가 움직일 때 몸이 흔들려 열차와 부딪쳤겠지만, 바닥에 쓰러져 있었던 덕에 오히려 영향을 덜 받아 큰 화를 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서울메트로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보고 체계도 고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박찬규(46·서울 동대문구)씨는 “사고 직후 바로 보고하지 않은 것 등은 직무유기”라면서 “더 센 강도로 서울메트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명 보호 역할의 스크린도어가 기능을 못하는 만큼 아예 철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