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가족과 보낼 수 있게 과도한 국감자료 자제 요청
“의원님, 추석 연휴를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필요 이상의 과도하고 즉흥적인 자료 요구를 삼가 주세요.” 최근 관가에서는 해양수산부 노동조합의 ‘사이다’ 공문이 화제입니다. 지난달 3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보낸 ‘2017년 국정감사 협조 요청’이란 이름의 문서입니다. 노조는 “국감 요청자료를 만드느라 담당 직원들의 고유 업무가 마비되고 야근, 주말근무,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 초과근무를 계속 하고 있다”면서 “꼭 필요한 자료인지 사전 검토하고, 지난해에도 받은 자료를 또 달라는 요구는 자제해 달라”고 적었습니다.그런데 해수부 노조에는 이달 초부터 격려 전화가 몰려들었습니다. “할 말 잘했다”, “속이 시원하다”, “기 죽지 말라”는 동료 공무원들의 응원이었지요. 다른 부처 공무원들은 부럽다는 반응입니다. 한 경제부처 사무관은 “우리 노조도 국회에 공문 좀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요새 정부세종청사는 자정이 넘도록 불이 켜진 사무실이 많습니다. 다음달 12일부터 시작될 국감 준비 때문이지요. 역대 가장 긴 열흘의 추석 연휴에도 사흘 이상 출근해야 하는 공무원이 많습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피감기관의 잘잘못을 파헤치려고 자료를 요청하는 건 당연합니다. 다만 한 번도 풀어보지 않고 내다버릴 자료, 습관적으로 과거 5년, 10년치 정보를 요구하는 관행은 이제 그만 끊어야 하지 않을까요. 무례한 공문을 보냈다고 공무원 노조를 ‘깨기’ 전에 말입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7-09-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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