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영향 온라인 판매 쑥쑥… ‘접촉 최소화’ 드라이브 스루도 늘어
충남 금산 깻잎, 3개월 만에 매출 10억부여 방울토마토도 쿠팡 타고 7배 껑충
경남·강원도는 SNS 판매 시스템 구축
충주, 직거래장터·무인판매 시범 운영
서산·울주 ‘학교급식 농가 돕기’에 활용 코로나19가 전국 농산물 판매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동네 가게에서 사던 과채류까지 온라인 구입으로 전환되면서 인터넷 주문량이 폭증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한 농산물 판매도 유행하는 등 그동안 농어촌에선 보기 드문 ‘비대면’ 판매활동이 유행이다.
12일 충남도에 따르면 금산군 만인산농협이 올 들어 지난달까지 3개월간 판매한 깻잎은 10억 6000만원으로 지난해 4월부터 그해 말까지 9개월간 매출(2억 2000만원) 대비 5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충남 부여군 세도농협이 쿠팡을 통해 판매한 방울토마토 매출도 1억 6000만원에서 10억 8000만원으로 증가했다. 그동안 보관기간이 긴 쌀, 고구마 등을 중심으로만 이뤄지던 온라인 과채류 판매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서은숙 충남도 농산물마케팅팀장은 “채소와 과일은 상하기 쉬워 대부분이 대형 마트나 동네 가게에서 직접 사는데 코로나에 따른 거리두기 문화에 편리한 로켓배송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온라인 구입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도는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최근 자체 온라인 쇼핑몰인 ‘e경남몰’에 친환경농산물 구입 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도교육청과 손잡고 개학 지연에 따라 구매처가 없어진 농가를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농산물을 묶어 판매하는 ‘농산물꾸러미’ 제품도 내놨다. 김경수 지사는 “농산물꾸러미 사업이 농가 지원에 우선 목표가 있지만 새로운 농산물 수급시스템을 만드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아예 ‘강원물산’ 대표로 나서 감자 20만 6000상자를 인터넷으로 완판시켰다. 이번에는 SNS를 통해 이달 말까지 튤립·백합·장미 등 꽃을 판매한다. 화훼농가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다. 김동식 원예담당은 “1~2월 꽃 소비가 거의 없어 농가의 어려움이 컸는데 회복세를 보여 이를 뒷받침하고자 마련했다”고 말했다. 앞서 최 지사는 지난달 30일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로 제때 팔지 못해 쌓인 동해 오징어 재고를 28분 만에 완판하기도 했다. 오징어는 시중 거래 가격보다 27% 저렴한 1상자(1.5㎏)에 2만원으로 팔았다. 싸게 팔았지만 어민은 손해가 없다. 시세 차액은 동해시에서, 택배비는 수협에서 지원한 덕분이다.
기약 없는 등교 연기로 판로가 막힌 학교급식 농가를 돕는 데도 드라이브 스루가 도입되고 있다. 울산 울주군은 13일부터 17일까지 급식 농·축산물을 묶은 꾸러미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판매한다. 앞서 충남 서산시는 지난달 25~27일 중앙호수공원에서 이 방식으로 딸기 등 과일과 채소 2700만원어치를 소진했다. 경북 포항시는 시금치, 버섯 등을 모은 친환경농산물꾸러미 팔아주기 운동을 펼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식량대란 우려가 나오면서 쌀 수출도 늘어났다. 전남 강진군은 지난달 30일 ‘새청무’ 쌀 4t을 처음 말레이시아에, 장성군은 ‘조명1호’ 쌀 18t을 러시아에 수출했다. 전북 익산시는 ‘새일미’ 쌀을 매달 20t씩 홍콩에 수출하기로 했다. 이경득 전북도 주무관은 “한국 쌀은 중국이나 동남아산보다 2~3배 비싸 수출이 어려웠는데 코로나가 상황을 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서은숙 팀장은 “드라이브 스루는 코로나19가 끝나면 사라지겠지만 과채류까지 파고든 ‘총알배송’ 온라인 판매 방식은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코로나가 대면 중심의 오프라인 가게를 한층 더 위축시키고 있는 점은 숙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충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2020-04-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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