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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기 급급한 서울시에 못 맡겨…檢·인권위 나서 ‘진실’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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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박원순 의혹’ 진상규명 여론

미적거리던 서울시, 뒤늦게 조사 착수
통합 “피소 사실 유출 특임검사 필요”
법조계 “법무장관 의지 땐 檢수사 가능”

지난 9일 공관을 나와 연락이 두절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박 시장이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3선 고지에 오른 다음 날 서울현충원을 참배하는 모습. 2020.7.10 연합뉴스
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의 여비서 성추행 의혹을 밝히기 위한 진상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에 4년간 피해를 호소한 여성의 도움 요청을 수차례 묵살하고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방조하거나 덮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시가 진실 규명의 주체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 여성의 인권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강제 수사가 가능한 검찰이나 독립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상 조사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서울시는 14일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 주재로 기획조정실장, 여성가족정책실장, 대변인 등이 모여 사태 수습을 위한 대책회의를 했다. 시 고위 관계자는 “서울시가 진상 조사 요구를 외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조만간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남녀고용평등법 14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바로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장례 일정 등을 이유로 미적거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가 진상 조사에 나서더라도 강제성이 없어 조사 결과가 부실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에 조사를 맡기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전 비서 A씨의 성추행 피해를 알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서울시는 오히려 수사 및 조사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서울시 내부에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직원들은 박 전 시장의 단순한 실수라고 하거나 비서 업무가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노동이라고 하는 등 피해를 사소하게 치부하고 부서 변경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검찰은 특임검사를 임명하거나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성추행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비서실의 은폐 여부 등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도 “검찰은 고소장 제출 사실이 알려져 피해자 신원이 누설된 점에 대해 수사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공소권 없음’으로 묻혀서는 안 되며 불기소 처분을 막고 수사 계속을 명해달라”고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무장관의 의지만 있으면 검찰 수사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인권위가 진상 조사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피고소인이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수사기관과 달리 인권위는 피진정인(박 전 시장)이 사망한 경우에도 진정을 각하하지 않는다. 다만 피해를 호소한 A씨가 인권위의 조사에 동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0-07-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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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