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응애류가 원인” 지목에도
양봉학회는 “극심한 기온 변화 탓”
작년 12월 이후 피해 시작됐지만
올핸 벌써 꿀벌 실종·폐사 잇따라
부안 농가 “300봉군 중 20봉군뿐”
정부·지자체 차원 대책 마련해야
29일 한국양봉협회 전북지회 등에 따르면 최근 양봉 농가에서 꿀벌 실종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큰 피해를 입은 지난겨울보다 꿀벌 폐사 시작점이 빠르고 규모도 더 크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이달 초 전북 부안군 행안면 한 양봉 농가에선 꿀벌 90%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꿀벌응애류 방제도 꿀벌 폐사를 막지 못했다. 꿀벌이 죽어 나가는 명확한 원인도 몰라 답답한 상황이다. 피해 농민 A씨는 “지난해 400봉군(벌떼) 중 절반이 폐사해 올해는 꿀벌응애류 방제를 강화했지만 피해는 오히려 더 컸다”며 “올해 키운 벌통 300군이 거의 폐사하고 남은 건 20군뿐이라 참담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전국 최대 벌꿀 생산지인 경북과 강원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양봉협회와 국립농업과학원 등이 피해 규모와 원인을 분석하는 등 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한 지난겨울 폐사한 꿀벌은 전국적으로 39만 봉군, 78억 마리다. 농촌진흥청 등 관계기관은 꿀벌응애류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 6월 농촌진흥청 조사 당시 꿀벌이 폐사한 모든 농가에서 꿀벌응애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종화 한국양봉협회 전북지회장도 “지난겨울에는 12월 이후 피해가 시작됐지만 올해는 벌써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농민들의 신고가 잇따른다”며 “극심한 기온 변화로 월동에 들어야 할 벌들이 평년보다 높은 기온에 산란을 멈추지 않고 외부 활동도 하면서 체온 저하로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북지역 11월 평균 최고기온은 17.2도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았다. 꿀벌 집단 폐사 피해가 해마다 반복되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현재 농가에 응애류 방제약과 각종 기자재를 지원하고 있다”며 “정확한 원인 분석을 위해 국립농업과학원 등과 함께 조사를 진행하고 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전주 설정욱 기자
2022-11-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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