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62) 서울 동작구청장은 평생의 스승을 두분 모시고 있다. 김 청장은 먼저 고향인 충남 홍성군 갈산면 신안리 신촌부락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던 개구쟁이 시절의 선친과 얽힌 얘기를 들려줬다.
“‘국민학교’ 5학년 때 늘 잊지말라며 좌우명을 일러 주셨어요. 선공후사(先公後私). 다른 이들의 일을 앞세우고, 내 일은 나중에 생각하라….”
김 구청장은 이야기 소재가 입맛이 당기는지 충청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실천하고 있다는 자신감은 없네유. 의미도 아직 잘 모르겄고∼. 그냥 탐욕하지 말고 깨끗하게 살라는 거쥬. 남들 생각을 해가며….”
선친은 우체국 직원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우편물 배달도 했단다.‘선공후사’라면 공무원을 떠올리지만 그런 것만은 아니다. 바로 몸에 밴 절약정신이다. 초·중·고교를 고향에서 다니는 동안 단 한번도 학부모 모임에서 교사들과 식사하는 일이 없었다.“굳이 돈 주고 사먹을 이유가 없다.”는 게 선친이 밝힌 이유다. 꼭 집으로 돌아와 끼니를 때웠다고 한다.
또 다른 ‘등대’는 모교 갈산중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이시혁 교사였다고 되뇌었다. 그는 중2 때인 56년 어느 날 호랑이 선생님으로 소문난 이 선생님을 상대로 지나친 장난을 치다 혼이 난다.
수업시간에 맞춰 출입문 위에다 물통을 얹어놓았고,40∼50㎝짜리 쇠막대를 지니고 다니던 ‘호랑이 선생님’은 손바닥을 때리는 벌을 내렸다.
진짜 사건은 다음날 벌어졌다. 선생님이 예고도 없이 가정방문을 한 것이다. 그런데 “꼼짝없이 죽었다. 유급일까, 정학일까.” 생각하며 문틈으로 엿들은 대화는 뜻밖이었다.‘물통 장난’ 얘기는 쏙 빠졌으니 말이다.
“리더십이 뛰어나 졸병 노릇할 아이는 아닙니다. 잘 가르치겠습니다.”
순간 선생님이 하늘처럼 보였다. 영어 공부를 죽도록(?) 하게 됐다.
김 구청장이 노인, 청소년 정책에 특히 매달리는 데는 반세기 전 기억이 뒷받침됐다.
어르신을 받들고, 어린이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스승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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