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문곡리 ㈜라이스랜드 대표 정인순(45·여)씨. 밀가루 대신 쌀로 햄버거 빵을 만들어 히트를 친 그녀는 기업을 일으키기 전에는 농촌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벼 농사만으로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었고, 청소년들에게 우리 농산물을 먹이고 싶었다.
그래서 10여년 노력 끝에 국내 처음으로 쌀로 햄버거 빵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쌀 버거’를 생산하게 됐다.
●쌀로 햄버거 빵 만들어 연 매출 10억원 상회
이 회사는 요즘 경기 남부지역에서 히트를 치고 있는 ‘쌀버거’로 연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회사 설립 첫 해인 2001년에는 외형이 4000여만원에 그쳤으나 이듬해에는 5억원으로 10배 이상 신장했으며, 지난해에는 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3억원을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20억원을 목표로 잡는 등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녀가 만든 쌀버거는 유명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라이스버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라이스버거는 쌀밥으로 햄버거 빵 모양을 만들어 그 속에 고기와 야채를 넣은 패스트푸드.
그러나 쌀버거는 쌀을 발효시켜 만든 빵이어서 밥을 먹는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 기존 햄버거 맛에 길들여진 아이들도 거부감이 없다.
뿐만 아니라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데다 야채를 많이 넣어 일반 햄버거보다 칼로리가 낮고,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특히 어머니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요즘 패스트 푸드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게서 비만 등 성인병 증상이 늘고 있어 걱정스러운데 쌀버거는 우리 농산물로 만든 웰빙식품이라 마음이 놓인다더군요.”
그래서 학부모회나 자모회 등에서 대량 구입해 학교에 남아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주거나, 체육대회 등 학교 행사때 많이 찾는다.
현재 이들 제품은 주로 차량을 이용한 이동식 체인망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식사 대용 혹은 간식거리로 등산객과 회사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쌀 발효기술 개발에 꼬박 10여년
그녀가 10년 넘게 연구한 비법은 쌀을 발효시키는 기술.
반죽을 부풀리려면 베이킹 파우더나 이스트가 들어가야 하는데 쌀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빵처럼 부풀어 오르기는커녕 삭아버리기 일쑤였다. 갖가지 재료로 이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를 맛봐야 했다.
해법은 우연히 만든 콩물이었다. 콩물을 섞으면서 반죽을 부풀리는 이스트성분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여기에 일정량의 막걸리를 첨가함으로써 일반 빵에 가장 가까운 쌀 빵을 만들수 있었다.
지난해 5월 이 같은 기술을 이용한 쌀버거 특허를 등록했다. 앞서 2001년에도 쌀 피자를 특허 등록,TV에 방영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녀가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0년대 초.
평택에서 태어나 농부의 딸로 자라온 그녀는 4H클럽 등 봉사 활동을 통해 농촌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앞으로 우리 농업의 설 땅이 좁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고부가가치 농산물 생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쌀 소비는 계속 감소하고 있고 쌀 개방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데도 농민들은 농사만 지으려고 해 안쓰러웠요. 때문에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 특성에 맞는 음식을 개발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요.”
정씨는 처음에는 피자가게로 출발했다. 물론 쌀로 만든 피자였다. 예부터 즐겨 먹던 빈대떡을 만드는 원리에서 착안했다. 수입 밀가루 반죽 대신 찹쌀과 멥쌀을 적당히 섞고, 김치·버섯 등 각종 우리 농산물을 넣었다.
맛도 맛이지만 농업인이 혼자의 힘으로 가공식품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쌀 피자가 인기를 끌었지만 여기에서 만족할 수 없었다.
●6년전 39살때 만학… 식품영양학과 진학
39살에 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했다.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식품 분야에 학문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쌀버거, 쌀 스파게티, 쌀 그라당. 쌀보리버거, 장아찌주먹밥 등 다양한 쌀 가공식품을 개발했다.
현재 그녀의 회사에서 소비하는 쌀을 연간 700여가마(80㎏ 기준). 전량 평택에서 생산되는 쌀이다. 남편이 3만여평에서 짓고 있는 쌀도 모두 소화하고 있다.
농사만 지었다면 1년에 수익을 몇천만원밖에 낼 수 없었겠지만 쌀버거 덕분에 수십배의 부가가치를 얻고 있다는 정씨는 “무엇보다 우리 농산물로 안전한 먹을거리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게 돼 힘이 절로 난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 평택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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