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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가수 김광석 팬 모임 ‘둥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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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석 아저씨께. 오늘은 1월6일, 아저씨 기일(忌日)이네요. 더 보고 싶어지는…. 더욱 그리워지는 그날이네요. 추위에 떨면서 혼자 옥상에 올라가 술 한잔 하고 아저씨 노래를 듣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겁니까?”

‘반토막’으로 불리던 가수 김광석은 하늘로 갔지만,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그를 보내지 않고 있다. 반토막이란 키가 161㎝ 밖에 안 되는데도 목소리만은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탓에 선배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1996년 1월 어느날 새벽 김광석이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돼 찢어질 듯 가슴 아팠던 이들이 ‘둥근소리’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노래와 이웃사랑으로 둥글게 둥글게 살아가고 있다.


김광석
김광석
’반토막’을 사랑하여

일요일인 지난 9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광진구 군자동 군자공원길 후미진 골목에 자리잡은 3층짜리 건물의 지하 1층엔 젊은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더러는 악기를 짊어지고 나타난 이들 11명은 전국에 퍼져있는 3500여회원 가운데 극성 회원들이다. 회원은 중학생 등 10대에서부터 50대도 더러 있지만 30∼40대가 80%를 차지한다.

모임의 총사령탑이라 할 ‘소리지기’를 지낸 김주연(33·여)씨는 “광주에서 비행기로 올라온다고 했던 회원 2명이 다음 정팅(정기 미팅) 때로 연기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모인 것은 정기 연주회에 대비한 연습 때문이다. 김광석이 숨진 해에 ‘머리를 올린’ 뒤 올해로 벌써 10번째인 공연은 다음달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제콘서트홀에서 열린다.1·2부로 나눠 오후 4시,7시 두 차례 공연이 이뤄진다. 회원 13명이 15곡 정도를, 게스트로 출연하는 가수들이 5∼6곡을 부른다. 올해에는 박학기 등 동물원 멤버와 ‘자전거 탄 풍경’을 초청할 계획이다.

부지런히 휴대전화를 걸던 회원들은 오후 4시를 조금 넘기자 올 사람은 다 왔다고 여겼는지 연습실로 모였다. 방음장치를 갖춘 연습실에는 드럼과 건반 등 악기가 눈에 들어왔다. 김광석이 통기타와 함께 세트로 연주하던 하모니카도 빼놓을 수 없다.

“하나, 둘, 셋, 둘, 셋, 둘…. 먼저 코드부터 통일하자.”

시원스러운 목소리로 동료들을 푸근하게 하는 소리지기 이민희(31·회사원)씨의 주도로 연습이 막을 올렸다. 이씨는 “정기 공연인 ‘작은 음악회’를 앞두고부터는 4개월 동안 일주일에 하루, 적어도 4시간씩은 호흡을 맞춘다.”고 귀띔했다.


팬들이 그린 김광석의 커리커처
팬들이 그린 김광석의 커리커처
김광석이 살아 생전에 즐겨 부르던 밥 딜런 원작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가 연습 첫번째 곡으로 꼽혔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물 속으로 나는 비행기/하늘로 나는 돛단배‘

한참 연주와 노래가 시끌벅적 어우러지며 신명을 뿜나 했더니 어느 한 회원이 “너무 빨라.”라고 외쳤다.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 가운데 여러 의견이 오갔다. 조율작업이 벌어지는 것이다.

연습은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부치지 않은 편지’ 등으로 이어지면서 3시간 만인 오후 7시에 막을 내렸다.

왜 김광석인가?

기타리스트 김장호(30·회사원)씨는 “딱히 악기마다 지도자를 둔다거나 리더가 있는 게 아니라 회원들이 저마다 평소 연구하다, 모이면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한다.”면서 “공연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동호회의 특장점”이라고 수줍게 웃었다. 김수진(33·여)씨는 “여느 가수들과 달리 팬들을 직접 만나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마음 속에 살아 숨쉬는 김광석을 사랑하고, 마음씨 넉넉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그를 아직도 못 잊어하며 모여드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팬들과 얘기하기를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던 그와 한밤중에 채팅을 하다가 불쑥 ‘술 한잔 하자.’며 즉석미팅을 갖기도 했단다.

회원들은 김광석을 ‘아저씨’라고 부른다. 한 회원은 “나이에 ‘ㄴ자’가 붙는다는 걸 두려워하며 ‘서른즈음에’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이젠 그 나이도 넘어섰다.”면서 “서른 즈음에는 나이 한살을 더 먹는 1월만 찾아오면 한달 내내 아저씨의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고 되돌아봤다.


지난해 열린 9회 음악회에서 열창하는 회원…
지난해 열린 9회 음악회에서 열창하는 회원들.
또 다른 회원은 “봄날처럼 따뜻했던 날씨가 3일장을 지내는 동안 얼마나 추웠던가 하는 기억과 아저씨가 돌아가셨을 때 나이와 맞추기라도 하듯 ‘서른즈음에’가 흘러나왔던 점 등등 이것저것 여러 가지 생각이 겹친다.”고 회고했다. 그는 “살면서 그렇게 가슴이 먹먹했던 때가 몇번이나 있었는지…. 아저씨, 그곳에서는 행복하시죠?”라고 고인을 추도했다.

하지만 회원들은 김광석이라는 인물과의 끈질긴 인연으로 만났지만, 그 때문에 한명의 가수만을 위한 모임으로 한정하지는 않는다. 이 또한 고인이 평소 되풀이한 말들 때문이다. 둥근소리에 대해 김광석은 살아생전 “나 김광석을 위한 팬 모임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류의식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곳으로 꾸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해 왔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1996년 서울 노원구 상계동 메트로홀에서 조촐하게 첫발을 뗀 작은 음악회에서 나오는 수익금 전액을 소년·소녀가장 돕기에 쓰고 있는 것도 김광석의 제안을 따른 선택이다.

2003년 8월부터는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공부방 ‘나눔의 집’에서 음악을 통한 사랑 알리미 역할을 시작했다. 금전적인 도움만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자신들의 특기를 활용하고,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다가서는 노력을 해보자는 뜻이 담겼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동료끼리 우애가 끈끈하다는 점은 둥근소리 회원으로 만나 오는 5월 백년가약을 맺기로 한 권선대(31)·김임선(24)씨의 경우와 같이 더러 커플이 생긴다는 사실.


지난해 12월31일 경남 거제도 공연에서.
지난해 12월31일 경남 거제도 공연에서.
“10년이 지나도록 팬들이 이처럼 두드러지게 활약을 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지적에 “사실은 부끄럽다.”고 멋쩍어한다.

김주연씨는 “언젠가 노래비를 세울 요량으로 벤치마킹하려고 배호 팬클럽을 찾아갔는데, 우리는 ‘쨉’도 안되더라.”면서 “모였다 하면 30∼40명인 데다, 노래비도 3개나 만들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김광석을 기념하는 가요제나 장학회 창설을 꿈꾸는 회원도 있다. 김씨는 “배호 팬클럽과 같이 우리 회원들도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성숙한 나이가 되면 기념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김광석이 진행했던 방송프로그램 녹음 테이프를 보관하고 있는 김서령(35·여·피아노학원 운영)씨 등 보통 정성이 아니고서는 엄두도 못낼 자료수집에 노력하는 회원도 많다.

이런 노력과 김광석을 끔직히도 사랑하는 모습 덕분에 주변 도움도 적잖다. 사회에 진출한 김광석 팬들이 연습에 필요한 장비나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는 것이다.

김수진씨는 “둥근소리의 첫 음악회를 앞두고 ‘꼭 가마.’라고 약속했던 아저씨가 공연일을 며칠 남기고 저 세상으로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결국 창단공연은 다음달 추모음악회로 변해버렸다.”고 말을 맺었다.

해마다 김광석의 기일이 되면 회원들 가운데 5∼6명은 그가 잠든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암자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리고 돌아온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등에서 매주 ‘노래 번개모임’을 가질 때면 지나던 시민들이 김광석의 노래를 알아듣고 따라부르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작은 몸집에서 뿜어져나오는 불 같고,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하다가 스러져간 ‘반토막’ 김광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온세상’을 열어가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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