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인근인 인천시 중구 용유도에 난립했던 포장마차가 철거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본 한 주민은 이렇게 표현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영종·용유도를 관할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거잠포선착장, 마사란해변, 용유사무소 앞 등에 늘어서 있던 포장마차 95개를 강제철거했다. 이에 앞서 118개는 지난 2·3일 업주들에 의해 자진철거됐다. 용유도 해변을 울긋불긋 장식했던 포장마차 군단이 마침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아직 철거되지 않은 것은 시설물이 많아 철거시한을 이달 말까지로 늦춘 5개에 불과하다.
지난 2000년 영종대교가 건설된 뒤수도권 주… 지난 2000년 영종대교가 건설된 뒤수도권 주민들의 나들이 행렬이 이어지면서 인천 용유도 마사란 해변에 포장마차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있다. 경인일보 제공 |
●관광지 미관 해치고 바다 오염
포장마차는 인천공항 건설이 시작된 1995년 들어선 이후 2000년 영종대교 건설,2002년 공항개항 등을 거치면서 크게 늘어났다. 한창 때에는 하루 매상이 100만원을 넘어 기업형 포장마차라는 말까지 나왔다.
포장마차는 각종 민원을 몰고 다녔다. 해변가를 뒤덮다시피 한 200여개의 포장마차가 관광지 미관을 해친다며 인근 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포장마차로 인해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은 식당들의 불평은 말할 것도 없다. 관광객들 또한 포장마차가 바다를 가려 호젓한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고 원망했다. 또 업주들이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를 바다로 무단배출하고 쓰레기를 불법소각하면서 환경훼손 문제를 일으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는 용유도에 포장마차가 색다른 정취와 먹거리를 제공하고 영세민들의 생계유지에 상당부분 기여한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었다.
●미관형 포장마차 “조건부 허용”
경제청은 포장마차로 인한 민원이 극심하자 지난해 초부터 여러 차례 철거 계고장을 보내고 지난해 여름에는 수억원의 예산까지 책정해 철거방침을 세웠지만 업주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 생계대책을 호소하는 포장마차 업주들의 민원도 무시할 수 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던 차에 경제청은 지난달 11일 “덕교동에 65개의 미관형 포장마차촌을 조성해 업주들에게 추첨을 통해 배정하겠으며 기존 업소는 모두 강제철거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른바 장고끝에 나온 ‘묘수’인 셈이다.
경제청 관계자는 “포장마차를 철거하더라도 불법 포장마차가 다시 생길 것이 뻔하기 때문에 차라리 합법적인 포장마차촌을 조성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초 강제철거를 강하게 외쳐오던 행정당국이 ‘조건부 허용’쪽으로 급선회한 것은 업주들의 요구에 떼밀린 것이라며 비판한다.
처음 경제청 발표에 대해 반발하던 포장마차 업주들 사이에서도 경제청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됐고, 마침내 지난 2·3일 전국노점상연합회 소속 업주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진철거했다.
포장마차가 철거된 이후인 8일 마사란 해변… 포장마차가 철거된 이후인 8일 마사란 해변은 군데군데 쓰레기 더미들이 나뒹구는 등 마치 전쟁을 치른 것처럼 ‘폐허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배정 과정에서 마찰 예상
강제철거 과정에서 큰 마찰이 일어나지 않아 외견상으로는 포장마차 문제가 순조롭게 마무리된 것 같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경제청은 거잠포선착장에서 잠진도 입구에 이르는 500여m 구간에 미관형 포장마차 65개를 오는 6월까지 지어 정식으로 영업허가를 내주는 등 양성화할 계획이다. 업소당 11평을 배정하고 상·하수도와 정화시설 등을 갖추게 해 민원의 소지를 없애고 세금도 내게 한다는 것이다.
65개 가운데 25개 가량은 원주민에게 배정할 방침이나 철거된 포장마차 200여개 가운데 100여개를 원주민들이 운영해온 점을 감안하면 배정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주민 110가구 가운데 절반 가량이 포장마차업을 해온 덕교동 8통 주민들은 “서너 가구가 공동으로 신청해 운영하지 않는 한 입주를 못하는 원주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설사 자리를 배정받는다 하더라도 위치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철거는 됐지만 미관형 포장마차촌 예정지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 상당수는 철거 전 자리를 배정받기를 원하는 상태다. 하지만 여러 여건상 자리 재배치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경제청은 현재 입주 대상 원주민을 심사중이나 주민들 사이에 “이미 다 내정되었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주민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반된 입장을 보이기 때문에 말이 서로 다르다. 또 일부 주민들은 외지인 때문에 자신들의 몫이 줄어들었다며 외지인 입주를 제한해 달라는 탄원서를 준비중이다. 한 주민은 “마땅히 할 일이 없어 포장마차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데 아직 모든 것이 오리무중이어서 동네 사람들은 폭풍 전야와 같은 심정으로 날을 보낸다.”고 말했다.
경제청은 94년 11월 28일 이전에 주민등록이 된 가구에 한해 원주민으로 간주할 방침이나 주민들은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정이라고 주장한다. 나머지 40개는 외지인에게 추첨 방식으로 배정하는데 이 또한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특히 경제청이 자진철거를 독려하기 위해 거의 모든 업주들에게 “양성화지역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을 주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탈락자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박모(42)씨는 “입주권을 준다고 해서 그동안 경제청 방침에 반발해왔던 전노련 소속 업주들까지 자진철거했는데 입주에서 제외된다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자진철거하지 않고 버티다 강제철거된 업소들은 괘씸죄에 걸려 배정 순위에서 밀릴 것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제청 관계자는 “1개 업소를 여러 명이 운영한다는 조건으로 연합해서 신청할 경우 우선권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탈락자를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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