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호텔 맞은편의 한 상가. 가죽의류를 판매하는 상인이 내뱉은 말이다. 이태원이 1988년을 전후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여 ‘쇼핑관광의 천국’으로 불렸던 예전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트렌드 변화 대처 동대문시장 등과 대조적
동대문 시장이 밀리오레·두타 등으로 대표되는 젊은층 위주의 쇼핑몰을 지어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즐겨찾는 쇼핑장소로 꼽히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박종구 부연구위원의 ‘이태원 관광특구의 변화전망과 발전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나타난 이태원의 장단점·개선방안 등을 짚어본다.
이태원은 기존 고객층이 중복되는 동대문·남대문 시장 등에 비해 관광특구의 전략이 불명료하고 상품 역시 가격이 저렴한 만큼 품질이 떨어진다. 제품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어 정찰제로 운영되는 듯하지만 형식적으로 붙어있을 뿐 실질적으로 고객별로 다른 가격을 받고 있다. 가격 차이가 많게는 60% 이상 차이가 나 전체 상품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상인들도 50∼60세여서 현재 상인으로는 청소년층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없다.
●가격 신뢰도 낮고 쇼핑 편의시설 부족
값싸고 품질 좋은 유명브랜드 위조 상품이 예전에는 외국인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단속이 강화되어 대외경쟁력이 있는 대체 상품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쇼핑 편의시설도 여전히 부족하다. 공영주차장이 있지만 상가에는 별도의 주차시설이 없는 등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상점 앞에 늘어선 노점 등으로 보도 공간도 좁은 편이다.
●관광·숙박정보 등 원스톱 서비스 긴요
보고서는 이태원을 ‘쇼핑·유흥의 천국’뿐만 아니라 ‘서울의 외국인지대’,‘다양한 세계 문화 교류의 장’,‘결코 잠들지 않는 컬러풀한 지역’ 등의 정체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태원을 ‘외국인 관광 허브지구’로 지정해 관광·쇼핑·숙박·정보수집 등에 관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고향처럼 편안하게 관광을 즐기고 사교의 기회를 갖는 특성을 살린 곳으로 가꾸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향수를 달래기 위해 찾아오도록 공간도 만들어준다. 한국인을 만나 한국말을 배우고 서울의 안내도 받을 수 있는 개념이다.
●어학 체험거리·국제교류센터 등 조성해야
국내 관광객 역시 이태원에서 이색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민다. 서울에서 외국 여행을 떠난 것처럼 외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어학체험의 거리, 국제교류센터 등을 세우고 반포 서래마을, 이촌동 일본인마을 등 외국인 거주촌과 연계한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특히 어학체험의 거리를 조성하는 방안의 경우 이태원에는 2만여명이 거주하는 외국인 커뮤니티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태원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초기에는 한남동 외국인 학교를 만들고 이태원에 각종 외국어 체험 테마지역을 지정한 뒤 장기적으로 이태원의 상인들에게 어학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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