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흐늘흐늘 하더니만 순간 ‘발따귀’
‘택견, 이종격투기 못잖다.’주말마다 ‘무림의 고수’들이 서울시내 한 복판에서 불꽃튀는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인사동 입구 남인사마당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택견의 고수들이 한바탕 신명난 싸움판을 펼치는 ‘택견 배틀’이 열리고 있다. 이 때만 되면 지나가던 시민들부터 벽안의 외국인 관광객까지 약 100여명이 경기장을 둘러싸고 흥미진진한 경기를 지켜본다.
●인사동서 매주 택견 겨루기
택견배틀은 지난해부터 종로구청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결련택견협회가 주관하는 리그 형태의 결련택견 대회.
결련택견이란 오랜 옛날부터 구한말까지 서울을 중심으로 마을 단위로 편을 갈라 택견으로 겨루던 축제적인 행사를 뜻한다. 이를 통해 우리 조상들은 마을의 단결력을 과시하면서 젊은이들을 강하게 단련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일제는 결련택견이 마을단위로 젊은이들을 모아 체제에 저항하는 수단이 되는 것을 우려, 이를 철저히 금지해 절멸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조선의 마지막 택견꾼 고 송덕기 선생에 의해 명맥이 이어져 오늘에 이른다는 것이 결련협회의 설명이다. 현재 택견은 국내 무술로는 유일하게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쉽고 빠른 경기진행
택견배틀이 행인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택견에 대해 문외한이더라도 경기진행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택견배틀은 다섯 명으로 구성된 한 팀으로 이루어져 있고 싸움은 1대1로 진행된다. 출전 순서는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어서 상대편 출전선수를 보고 전략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한번 경기장에 오르면 질 때까지 계속 상대편의 다음 선수와 맞서게 된다. 발로 상대의 얼굴을 정확하게 가격하거나 손바닥 공격으로 상대를 바닥에 넘어뜨리면 이긴다. 승패는 선수들 뒤에 놓여진 깃발로 표시된다. 질 때마다 깃발 하나씩 내리게 된다.
보기에는 마치 춤을 추듯 유연해 상대를 가격해도 별로 아프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 택견의 공격정도는 상당히 강하다. 상대의 얼굴을 향해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솟아오르는 발차기 공격은 가공할 만하다.
맞선 두 선수가 서로 접근전을 벌일 때 상대의 정강이를 계속 가격하는데 ‘퍽’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발차기 공격를 하는 듯하다 멈춰서 상대의 목을 죄어 쓰러뜨릴 때는 마치 유도를 보는 듯하다.
택견배틀 김병구 사무국장은 “유도와 태권도 등이 하나로 섞여 있는 운동이 택견”이라며 “웬만한 격투기보다 훨씬 공격강도가 강하고 빠른 운동”이라고 말했다.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도 ‘추임새’로 경기에 일조한다. 관중은 선수끼리 너무 붙으면 ‘나 앉거라!’, 너무 떨어지면 ‘까라, 까!’라고 외치면 된다. 멋진 기술을 선보일 때는 ‘얼씨구!’ 또는 ‘지화자!’라고 외친다. 경기 내내 장단맞추는 사물놀이 소리도 경기의 흥을 돋운다. 경기를 지켜보던 미국관광객 스티브 케인(25)씨는 “이종격투기만큼이나 박진감 넘치면서도 마치 잔치 같은 분위기가 난다.”며 즐거워했다.
●4개조 20개팀 출전
시민들의 눈을 끄는 택견이지만 아직 저변이 넓지 못해 택견배틀에는 모두 4개조 20개팀이 출전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오는 10월말까지 풀리그로 경기를 벌인다. 출전팀은 고려대·국민대 등 대학팀과 각 지역 전수관소속 일반팀으로 나뉘어 있다.
8월까지 예선리그전을 치러 9∼10월에는 예선성적 상위 8개팀이 본선 토너먼트를 벌인다. 총상금은 2070만원이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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