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
특히 “재벌의 막연한 부정과 해체는 한국 경제발전사의 단절을 의미하며, 재벌은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이지 악의 축이 아니다.”며 친(親)재벌관을 피력했다.
그러나 김 장관이 강연 전날인 지난 19일 한경연을 통해 미리 언론에 배포한 강연 자료에는 ‘재벌에 대하여’라는 소제목으로 A4 용지 5쪽이 넘는 분량으로 재벌과 삼성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다뤘다.
내용을 보면 “외국에 나가서 보는 한국 재벌의 로고에 감동하지만 국내 뉴스에서 들리는 재벌의 추한 모습에 경악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이기도 하지만 지배구조는 세계적으로 가장 취약하기도 하다. 재벌은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각종 모순의 총화다.
재벌이라는 매듭을 풀어야 한국경제의 미래가 열린다. 재벌은 유리한 것만 달라고 한다. 삼성가의 편법증여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민 법감정의 문제이다. 사회적 질서와 법을 어기는 행태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이다.‘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하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전날 강연 자료의 내용만 보면 김 장관의 재벌관이 그다지 재벌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날 밤 무슨 이유인지, 한경연은 김 장관의 수정된 강연 자료를 배포했고, 이 자료엔 재벌 관련 부분이 빠졌다. 김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강연에선 연설문과 달리 재벌 관련 부분을 일절 다루지 않고, 국제통화기금(IMF) 처방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김 장관은 이와 관련,“보좌하는 사람들이 강연시간 문제 등도 있고 하니 이번에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해 빼게 됐다.”며 “재벌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니 이번에는 (당초 강연자료를 언론에서) 다루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한편 김 장관은 강연을 마친 뒤 삼성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삼성이 법을 안 지키는 편법적인 모습을 보면서 혹시 삼성이 국민을 깔보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오해들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이건희 회장과 삼성 경영진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밝혀 삼성에 대한 속내를 내비쳤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2005-10-21 0:0:0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