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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연싸움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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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흔들며 하늘을 날으는’

지난 16일 오후 1시30분 인천시 연수구 송도유원지와 가까운 아암도 해양공원 하늘에 연(鳶)싸움이 벌어졌다.




연싸움을 즐기는 동호회원들이 서울에서 10여명, 경기도와 인천에서 20여명 모였다. 그다지 흔치 않은 연싸움 모임끼리 서로 친선을 다지는 시간을 갖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서울 뚝섬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앙고 교사 김영주(61·성북구 정릉동) 회원은 “위에서 상대방을 찍어내리거나 아래에서 치고 올라가는 등 승부를 가르는 수십가지 상황이 재미를 더한다.”고 연싸움 자랑을 늘어놓았다.

뚝섬 동호회 말고도 20여명으로 이뤄진 반포 모임이 따로 있다. 휴일이면 뚝섬과 여의도, 반포지구 등 한강변 하늘에 하얗게 떠 있는 연들을 볼 수 있어 연은 아직도 우리에게 친근하다. 전국적으로는 20여개 모임에 600여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대회도 해마다 10여개씩 열리고 있다.

회원들의 연령은 30대에서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특히 뚝섬 동호회의 ‘지존’으로 받들어지는 우상욱(71·청계7가) 회원의 경우 검도로 말하자면 ‘후려치기’ 식의 공격법 등 기술을 개발해 전국대회를 8개나 휩쓸었을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다.

회원들이 전통 스포츠라며 뽐내는 것은 연싸움에 숨겨진 아름다운 마음씨 때문이다.‘내기 다툼’이라고 할 스포츠에서는 경쟁에서 이긴 쪽이 상품을 타는데 연싸움은 반대이다. 우리 조상들의 생각은 달랐다. 진 쪽은 이긴 쪽을 위해 멀고 먼 하늘로 길보(吉報)를 전하려 연을 날려 보낸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긴 편이 진 편에게 한턱을 낸다.

스포츠라 할 수 있을까.

이들은 매주 일요일이면 연싸움을 하기 위해 모여든다. 주로 한강 뚝섬지구로 달려가 점심을 먹어가며 쌓인 얘기도 나눈 뒤 즐기기 시작한다. 회원들은 저마다 골프가방과 ‘따블빽’(군대에서 짐을 넣는 데 쓰는 배낭), 또는 007가방을 두 손에 하나씩 들고 나타났다. 무게가 만만찮은 듯 약간 힘겨운 얼굴이었다.

가볍게 식사를 한 뒤 본격 연싸움에 들어가나 했더니 “야, 연 떨어졌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김씨는 “카니발 근처”라고 손짓을 했다.

성진모(60·송파구 방이동·자영업) 회장은 “얼레(나무로 만들어 연실을 감는 데 쓰는 기구)만 해도 1㎏∼1.5㎏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이 들고 나온 배낭에는 2∼3개의 얼레가, 다른 가방에는 10∼20개의 방패연들이 들었다. 얼레만 해도 3만원짜리를 시작으로 20만원이나 하는 값비싼 것까지 있다. 여느 동호회가 그런 것처럼 회원들은 좋은 품질의 장비를 갖는 데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다. 예로부터 흑단 나무로 만든 것을 가장 높게 쳐준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회원은 “바람이 있고 떨어진 연을 주울 수 있는 장소가 좋다.”면서 “개인전의 경우 두사람씩 차례로 맞붙어 마지막에 남는 선수가 우승하는 녹다운 방식, 단체전의 경우엔 토너먼트로 승부를 가른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20여년 전 송파구 석촌호수 옆에서 대회를 구경했던 게 연싸움 동호회와의 첫 인연”이라면서 “이 때 떨어진 연을 운좋게 2개 주워 대회에 나가기 시작해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쌓았다.”고 말했다.“어릴 적 고향인 부산에서 자라며 연싸움을 신기하게 쳐다보고는 했는데,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고 환하게 웃었다. 회원들에게 “흔히 놀이로 여기지 스포츠라기에는 뭣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금세 돌아왔다. 기다릴 필요도 없이 ‘천만에’라는 것이었다.


지난 5월 ‘왕자전’에서 우승한 반포 동호회 유승민씨.


연싸움 어떻게 할까.

보통 40∼50m 안팎의 상공에서 승부가 나지만, 바람이 셀 때에는 100m 넘게 날린다고 한다. 연줄을 당기고 방향을 조절하는 데 얼마나 많은 힘이 필요한지를 해보지 않고는 떠올리지도 못한다고 회원들은 하나같이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언뜻 보기엔 싱거운 싸움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회원들이 경기에 쏟아붓는 열의는 대단하다. 싸움판이 벌어지기도 전에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끊어먹기로 결판이 나기 때문에 연실이 얼마나 질긴가에도 달렸다. 하지만 연을 조종하는 ‘비행술’이 더 중요하다.

기본적인 기술은 이렇다. 아래 감아치기, 찍어치기 등을 아우른 전술전략이 대대로 내려오고 있다.

(1)마찰력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누가 먼저 상대방의 실을 쓸고 가는가가 대부분 승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마찰을 주는 방법으로는 실을 감거나 풀어 주면서 빠른 속도로 되감다가 ‘튀김’(서양 스포츠의 스냅 비슷하게 순간적인 힘으로 톡 튀기는 것)을 주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2)상대편 연이 바람을 잘 타고 떠서 정지해 있을 때 될 수 있는 한 재빨리 상대편의 연실 위에 자기의 연줄을 올려 건다. 이때 실을 빨리 풀어주면 상대편 연줄을 끊을 수 있다. 이를 ‘실 주기’라고 부른다.

(3)상대편의 연이 머리를 돌려서 물러갈 때 밑에서 감아 올리는 작전이 꼽힌다.‘감아 먹기’라고 부른다.

(4)연이 서로 얽혀서 약 500m 이상 풀어줬다고 생각되면, 될 수 있는 한 연실이 땅에 닿지 않도록 조금씩 풀어서 조정하면서 상대방을 주시하다가 상대방이 실을 감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감아 올려야 한다.

(5)상대방이 위에서 찍어 누르면 실을 느슨히 하다가 상대방 연이 바닥에 거의 다다를 때 연을 살며시 위로 올려주면 상대방 연이 바닥을 면하려고 연을 올릴 때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연을 살며시 올리는 시기가 빠르면 상대방의 튀김에 질 우려가 있다.

경기용 연줄로는 명주, 나일론, 게브라(방탄 조끼에 쓰는 재질) 등이 있다. 낚시에 쓰는 실이나 철사는 안된다. 길이는 보통 800m 안팎이다.

연 하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은 5000원에서 1만원이면 충분하다. 가오리연, 이순신 장군이 작전 때 활용한 신호연 등 모양에 따라 종류가 많지만 가로 40㎝, 세로 47.5㎝ 크기의 방패연을 주로 쓴다.

우현택(45) 회원은 “96년 뚝섬에 바람 쐬러 나갔다가 연싸움을 보고 가입했다.”면서 “뜻밖에 관록이 필요한 분야라 나이로 보나 ‘구력’으로 보나 어린 편”이라고 웃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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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