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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예보의 기적을 아십니까.’

분쟁지역으로 알려진 사라예보에 크고 작은 사건이 오죽 많았겠습니까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탁구를 떠올립니다.

대한민국 처녀들이 지구촌을 뜨겁게 한 사건이었습니다.‘작은 고추가 맵다.’는 사실을 세계인들에게 또렷이 보여준 후련한 장면이었지요.


1973년 4월20일이었습니다. 온 국민들이 밤새 가슴 졸이며 지켜봤답니다. 당시만 해도 시골이면 동네에 몇 안되던 텔레비전 앞이나 라디오를 틀어놓고 옹기종기 모여들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유고슬라비아 수도 사라예보….”

‘머리에 뿔 달린 사람들’이 산다고 여겼던 공산국가라는 말만 들었을 뿐, 이름도 낯선, 지금은 여러나라로 갈라진 유고 땅.


지구촌 건너편에서 열린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 결승전은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자신감에 더할 수 없는 채찍질이 됐지 뭡니까.

지금도 탁구 전도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에리사(51), 정현숙(53), 박미라(50)씨가 무대의 주인공이었지요. 그 때 그들의 별칭은 이제 생각하면 참 우습기도 하죠.‘낭자 3인방’이라고 불렀으니 말입니다.

그런 탁구가 언젠부터인가 다른 즐길거리들에 밀려나면서 우리들 눈앞에서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살기 바빠서인지 주변에 흔했던 탁구장이 보기도 힘들어졌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을 정도로 탁구 열기가 식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던 탁구가 최근 다시 살아났습니다. 유승민(23)이 주인공이었다는 점은 잘 아시죠. 히딩크를 떠올리는 ‘어퍼컷 세리머니’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줬지요. 그 장면은 국민들을 또 들뜨게 만들었고 탁구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평소 형님이라고 부르던 김택수 감독과 호흡을 맞춰 아테네올림픽에서 일궈낸 값진 쾌거여서 흐뭇한 장면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최근 탁구는 TT(Table­Tenis), 핑퐁(Ping-Pong)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들 앞에 다가서 있습니다. 노인, 여성들이 앞장섰다는 점은 꼬리를 내렸던 탁구의 저변이 다시금 세상을 호령하게 됐다는 점을 알려주는 대목이라 봐도 좋겠습니다.

특히 국내 생활체육에서는 아직 낯선 라지볼(Large-Ball)이 인기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름 38㎜ 무게 2.5g의 공에서 40㎜,2.7g으로 바뀐 것이지요.

무엇보다 탁구 저변에 시사하는 점은 ‘길거리 게임’과 ‘어르신 TT’가 확산 일로에 있다는 것입니다.

즐기는 탁구, 이른바 ‘즐탁’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이에리사-유승민’으로 이어진 한국 탁구의 위세가 어떤지를 알 수 있습니다. 길거리 탁구는 이제 내년부터 당당하게 리그(www.pingpong21.co.kr)까지 갖추게 됐고,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 밀레니엄플라자 광장이나, 서울파이낸스빌딩 건너편 광장 등에서 점심시간이면 펼쳐지는 ‘즐탁’ 장면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살고 있는 남보옥(60·여)씨는 최근 열린 ‘전국 최강전’에서 챔피언에 올랐을 정도로 당당한 실력을 가졌습니다. 여풍(女風)을 잘 말해주는 것이지요.

최강전이란 나이, 경력 등으로 ‘핸디’를 매기지 않고 그야말로 기량만으로 맞대결하는 것이어서 남씨의 우승은 ‘사라예보의 기적’을 상기시키며, 탁구의 기사회생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글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사진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www.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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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