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차관이 장관 업무를 대행하거나 신·구 장관 동거까지 생기면서 중요한 정책결정이 연기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행정공백을 막기 위해서는 ‘윗사람 지향’ 행태를 고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한 인사청문회 과정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부처 권위주의 속성 버려야’
개각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번 이뤄졌다. 지난 1월2일 통일·과학기술·노동·산업자원부에 이어 지난 2일 행정자치·정보통신·해양수산·문화관광부 등 4개 부처 장관이 갈렸다. 새로운 부처 장관은 해당 부처와 중앙인사위원회가 청문회 관련 서류를 준비·조사한 뒤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된다. 제반 절차 등을 감안할 때 신임장관이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보통 한 달 이상 걸리게 된다. 이 기간 동안 부처에서는 중요한 업무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신임장관의 성향에 따라 정책자체가 180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행정 전문가들은 업무지연은 장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현 행정체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참여정부 스스로 혁신을 기치로 ‘시스템’ 행정을 구현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장관 한 사람에 의해 업무가 좌지우지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정부혁신이 얼마나 미흡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행정개혁시민연합 서영복 사무처장은 7일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권위주의 문화를 타파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면서 “국회 인사청문회와 중앙인사위의 검증기간을 짧게 하는 등 처방이 있어야 개각에 따른 공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문회 기간 제한 등도 제기
미리 인사위의 검증을 거쳐 전체 기간을 줄이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상명대 오성호 행정학과 교수는 “인사위에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을 마친 뒤 개각을 발표한다면 바로 인사청문회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인재 데이타베이스(DB) 등을 활용하면 부실 검증의 위험도 줄이면서 시간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청문회 기간을 아예 법제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열린우리당도 인사청문회 기간을 최장 30일에서 23일로 줄이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로 방침을 정한 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안으로 꼽힌다.
한국행정연구원 인적자원센터 서원석 소장은 “개각에 따른 행정공백은 장관 인사청문회가 체계화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라면서 “국회의 심의기간을 줄이는 대신 중앙인사위의 검증은 강화하는 등 효율적으로 기간을 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자들은 현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행정공백은 불가피하며, 더 나아가 장관 인사청문회 자체가 수정·보완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서울산업대 행정학과 남궁근 교수는 “청문회를 하기 위해서는 행정공백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인사청문회가 원래 목적인 자질 검증보다 정치 공방으로 흐르는 경향이 강한 만큼,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장관 인사청문회 제도의 개선이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