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참석한 19명의 국무위원 가운데 여성은 한 총리와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 두 사람뿐이었다. 한 총리는 주재자로, 장 장관은 ‘정부내 각종 위원회 여성 참여현황 및 추진계획’ 보고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 총리는 인사말에서 특유의 차근차근한 말씨로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찬반이 있고, 소외 계층도 생기기 마련”이라면서 “성과도 중요하지만 정책수행 과정을 소중히 여기고 사회적 합의를 통한 균형있는 정책조정을 이끌어 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또 “참여정부가 4년차에 들어섰는데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최근의 불안한 경제동향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산적한 국정현안에 대한 중압감도 나타냈다. 그는 “어려운 일이 있어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참석자들을 격려하면서 “책임총리로서 국민의 이익을 중심에 놓고 정책을 조정하겠다.”고 다짐했다.
한 총리는 고건 전 총리가 도입한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 이해찬 전 총리가 제안한 부총리·책임장관회의 등 전임 총리들이 세운 국정운영의 틀을 존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앞으로 국무위원들과 여러 가지 문제를 놓고 토론할 것”이라면서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나 부총리·책임장관회의를 활용해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고 부처간 이견을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국무회의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여성 총리가 주재한 사상 첫 회의로 어머니같이 자상하고 품위있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부드러움 속에 총리로서의 위상을 갖추려는 의지도 감지됐다. 한 총리는 인사말에 앞서 박유철 국가보훈처장이 “건의사항이 있다.”며 발언권을 요청하자 단호하게 “조금 지나서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처장은 국무회의 국민의례에 애국가 제창은 물론,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순서를 포함시키자고 건의하려고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