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는 비슷한 길을 걷는 모습을 종종 본다. 살아온 환경이나 습성 등이 비슷하기 때문일까.
중앙인사위원회 정책총괄과 유승주(35) 사무관과 국무조정실 자체평가총괄팀 유승표 사무관 역시 외모뿐 아니라 ‘충실한 공복(公僕)’이라는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는 쌍둥이다.
●대학부터 직업까지 ‘쌍둥이’
유 사무관 형제는 이미 뉴스에 오르내린 경력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서울대 91학번. 승주씨는 독어교육과, 승표씨는 불어교육과를 졸업했다. 각각 과 차석, 과 수석으로 입학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됐다. 나란히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것도 같다.
하지만 공직 입문은 형 승주씨가 빨랐다. 승주씨는 1999년 행정고시 43회, 승표씨는 2001년 45회에 합격했다. 대학원까지 늘 붙어다녔지만 승표씨가 18개월동안 방위병으로 근무를 하는 바람에 격차가 생겼다.
두 사람이 공무원을 직업으로 선택한 데에는 2003년 작고한 아버지 유명종씨의 영향이 컸다. 선친은 퇴계 철학의 권위자로 동아대 교수와 한국동양철학학회 회장을 지냈다. 승주씨는 “어렸을 때부터 ‘공무원처럼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던 것이 공직 입문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여간해서 나란히 앉지 않는다.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생긴 버릇이다. 사무실도 광화문에 모여 있다 보니 해프닝도 종종 일어난다. 승표씨는 “거리를 지나다 간혹 낯선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곤 한다. 그럴 때면 ‘인사위 유승주 사무관의 동생’이라고 먼저 소개를 한다.”며 미소지었다.
●사회 위한 공직자 같은 목표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형제는 업무상 고민거리도 가장 먼저 서로 상의한다. 승표씨는 “상대 부처 정책의 결과 뿐 아니라 배경이나 뒷이야기까지 공유할 수 있어 함께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서 “하지만 같은 부처에서 일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의 성격은 조금 다르다. 승주씨는 외향적이고 대범하지만 승표씨는 내성적이면서도 꼼꼼하다. 외모도 동생 쪽이 좀더 곱상한 편이랄까. 대신 형의 표정이 더 밝다. 그러나 우열을 가리기 힘든 주당(酒黨)이다.
정부 혁신을 가리키는 손가락의 방향도 조금은 다르다. 형은 적극적 추진을 원하는 쪽이지만 동생은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편이다.‘국민과 사회를 위한 공무원’이라는 같은 달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은 역시 공통점이다.
두 사람은 “정부 혁신은 ‘철밥통’이 상징하듯 공직사회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이라면서 “‘사회와 국가를 위한 공직자’라는 당연하지만 쉽지 않은 목표를 향해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06-8-14 0: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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