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아기 오랑우탄들 사이에서 유독 한 마리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사건의 진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건의 중심은 올해로 3살이 된 보미(♀). 보미는 750g의 미숙아로 태어나 어미에게 버림받고 사람 손에서 자랐다. 사육사들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건강하게 자라난 보미는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반짝이는 털빛깔 등으로 나들이만 나서면 손님들과 사진찍기에 바쁜 ‘스타’로 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보미를 사람 손에서 키울 수는 없는 일. 올 4월 다른 아기 오랑우탄들이 있는 우리에 보미를 합사시키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보미는 보석이(♂·4살), 보라(♀·4살)와 통 어울리지를 못했다. 보석이와 보라가 놀자고 쫓아다녀도 피하기만 하고, 혼자 고독을 씹기를 즐겼다.
일각에서는 ‘부잣집 귀한 딸’처럼 자란 보미가 일반 오랑우탄들 사이에서 적응을 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에서는 사람들만 상대하던 보미가 본인이 오랑우탄이란 사실을 잊고 오랑우탄으로서의 생활본능조차 잃어버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하지만 보석이와 보라에게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처음부터 보미에게 관심을 보이던 보석이는 보미가 피할수록 자기를 좋아하면서 튕기는 것이라 생각을 했는지 점점 더 적극적으로 대시를 했다.
죽마고우였던 보석이가 새로 온 보미에게만 관심을 보이며 엉겨붙는 모습을 본 보라의 심정이 어떠했을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때부터 보라의 심술이 시작됐다. 보미의 등과 얼굴을 때리는 장면이 수시로 목격됐다.
보석이의 집적거림과 보라의 구박에 스트레스를 참지 못한 보미가 난폭함을 보이는 등 비뚤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사육사들은 보석이를 제외하고 보라와 보미를 합사시켰다. 그러자 보미가 밥을 먹을 때나 물놀이를 할 때 슬금슬금 보라의 행동을 따라하며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동물원에서는 보라와 보석이를 번갈아 조금씩 보미와 합사시키면서 보미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동물원에서 소문난 ‘공주님’인 보미가 언제쯤 오랑우탄으로서의 진면목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6-11-10 0:0: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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