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전윤철 감사원장은 기획예산처 사단의 ‘좌장’격이다. 개헌 정국에서 한명숙 총리의 거취 문제가 다소 유동적이긴 하지만 전 원장은 여전히 차기 총리 후보로 선두를 달린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정책보좌를 총괄하고 있는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이다. 관가에서는 변 실장의 막강한 파워가 기획예산처 출신들의 기용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국무조정실의 경우는 기획예산처 출신들이 “사실상 접수한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온다.
김영주 전 국무조정실장도 기획예산처에서 일하다 결국 산자부 장관으로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현 임상규 국무조정실장 역시 기획예산처가 친정이다. 임 실장은 기획예산처에서 같이 일하며 ‘친구’처럼 지내는, 김 산자부장관 내정자로부터 후임 바통을 이어 받았다.
임 실장이 국무조정실장으로 오기 직전 자리인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는 박종구 국무조정실 정책차장이 갈 가능성이 높다. 아주대 교수 출신인 그 역시 공무원으로 화려하게 변신하는 발판을 기획예산처에서 마련했다. 박 차장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도 기획예산처의 신철식 정책홍보관리실장이다. 변재진 보건복지부 차관은 기획예산처 재정전략실장, 김대기 청와대 경제비서관은 재정운영기획관을 지냈다.
각 부처의 핵심보직에도 기획예산처 출신이 포진해 있다. 이영근 청렴위원회 정책기획실장, 이인식 여성부 정책홍보관리실장 등도 이곳에서 몸담다 이동한 케이스다.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 박봉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냈다. 기획예산처 출신의 한 인사는 18일 “기획예산처 인사들은 과거 경제기획원 출신들이 많다 보니 어떤 일을 맡겨도 두루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인사 기용에 배경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