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A지구에서 농사를 짓는 박모(49)씨는 철새 피해를 당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아직 분을 삭이지 못했다. 박씨의 논 1만 4520㎡ 가운데 절반을 가창오리 등 철새들이 벼이삭을 쪼아먹었다. 가을까지 이어진 비바람에 벼 일부가 쓰러지자 철새떼가 몰려들었다. 박씨는 “벼가 쓰러지면 철새들이 내려앉다가 주변 벼들도 쓰러뜨려 먹어치운다.”고 말했다.
철새들은 공중에서 내려앉으면서 서 있는 벼보다는 땅바닥에 쓰러진 벼를 주로 공략한다. 철새들은 박씨 논의 벼에 붙어 있었던 90%의 이삭을 싹쓸이했다. 박씨는 피해가 있은 다음날 서둘러 벼를 베었다.
홍성군 관계자는 1일 “현행법상 철새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는 보상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박씨는 “철새 피해로 벼 수확량이 예년의 절반밖에 안 된다.”고 한탄했다. 그는 “철새들이 사람에 점점 익숙해서인지 예년과 달리 기가 힘들다.”며 “무슨 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천수만 일대는 40만마리의 철새들이 날아와 A지구만 10만㎡ 가까이 농작물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서산과 태안지역 농민들도 철새 피해를 잇따라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만 서산시 부석면 관계자는 “농민들이 벼를 잘못 관리하고 비료를 많이 줘 웃자라기 때문에 쓰러지는 것이 아니냐.”며 농민 탓이라고 했다.
부석면 간월도 이장 김만석(51)씨는 “쓰러진 벼를 세울 틈도 없이 철새들이 쪼아먹는다.”며 “농민들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을 늘려 철새 피해를 입은 농작물을 보상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성 이천열기자 sk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