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관장이 바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장종호), 국림암센터(원장 이진수), 국민연금공단(이사장 박해춘), 한국청소년상담원(원장 차정섭) 등 4곳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계약은 기획재정부에서 마련한 표준계약서에 따라 이뤄졌다.A4용지 4∼5장 분량의 계약서에는 ‘1년마다 경영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4월 말 갱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겸직 금지와 연봉 등 기본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산하 기관이 제출한 경영계획서는 기관장 임기(3년)중 달성할 경영목표와 1년(임명 시점∼2009년 3월) 단위의 현안 과제별 경영계획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연금공단의 박 이사장은 경영목표로 ‘국민과 함께 행복한 노후를 만들어 가는 최고의 사회보장기관’을 제시한 뒤 ▲무방문 급여청구 서비스 확대(30점) ▲노후설계 서비스 품질 제고(30점) ▲효과적인 홍보활동 추진(20점) ▲기관운영 효율화(20점) 등을 올해 평가받을 세부 경영계획으로 꼽았다.A4용지 30장 남짓의 분량이다.
복지부측은 “‘임명 한 달 내에 계약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예정대로 진행했을 뿐”이라며 “이전과 달리 (계획서의) 목표치는 기본적으로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계약은 평가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만들어 추상적인 선언에 가깝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의 구체적인 평가지침이 이달 말 이후에나 나올 예정이어서 추후 계약내용이나 운용방법의 수정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산하 기관장들이 제출한 경영계획과 다른 기준에서 평가가 이뤄져 자칫 ‘올해 열심히 하겠다.’는 브리핑 자료에 머물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의 기관장 평가는 매우 우수, 우수, 보통, 미흡의 4등급으로 나눠 진행할 예정. 이 가운데 미흡 판정을 받은 기관장이 재평가 대상이다. 항목별 가중치와 관할 부처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적으로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해임 권고를 의결한다. 하지만 이는 기존 공공기관 평가 개선안에 드러난 6단계(S∼E 등급) 세분화 평가와도 거리가 멀다.
이번 계약식에 참석했던 한 산하기관장은 “계약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부처 지시로 급하게 만들었다.”면서 “구체적인 운용 방안은 좀더 살펴봐야 한다.”고 털어놨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