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새 사업을 추진할 때 외부기관에 연구용역부터 맡기듯, 사업 시행전 공모부터 진행하는 관행이 폐단을 낳고 있는 것이다.
●오세훈시장 재임 후 2배로 늘어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 오세훈 시장 재임 후 진행된 명칭 공모는 이명박 전 시장 때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시장이 2002년부터 4년 재임기간에 공모한 명칭은 노들섬의 ‘한강예술섬’, 시청 앞의 ‘서울광장’, 수돗물 ‘아리수’ 등 총 18개다. 1년에 4.5개 꼴이다.
이에 비해 오 시장은 3년 동안 세운상가의 ‘세운 초록띠 공원’, 반포대교의 ‘무지개 분수’, 여성이 행복한 도시인 ‘여행 프로젝트’ 등 21개로 연평균 7개꼴이다.
사업명칭 공모가 늘어난 이유는 우선 ‘홍보 효과’ 때문. 시민을 상대로 한 공모 자체가 곧 그 사업을 알리는 홍보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민이 직접 명칭을 짓는 ‘브랜드 네이밍’ 마케팅 기법이 사용되면 홍보 효과가 더 커지기 때문에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공모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아이디어 확보 차원의 효과도 있다. 각계각층의 신선한 의견을 검토하면서 이에 착안해 구상을 얻기도 한다. 2007년에 선정된 ‘여행(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는 ‘여성이 살기좋은~’ ‘여성이 즐거운~’ ‘여성이 편안한~’ 등 다른 공모작을 참고한 결과다. 또 공모가 절차와 과정에서 공정성을 띠는 장점도 있다.
●신중하지 못한 브랜드가 문제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 5월 마곡 도시개발사업의 브랜드를 공모한 결과에서는 당선작이 기존 사업명과 유사해 명칭 사용이 보류되는 해프닝도 생겼다.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마곡 R&D 파크’는 기존의 마곡 연구개발(R&D) 단지인 ‘M.R.C(마곡 R&D 시티)’와 흡사하고 뚜렷한 특징이 없어 폐기될 운명에 놓였다. 결국 서울시는 당선작을 대신할 새 이름을 ‘브랜드네이밍’ 업체에 주문했다.
광화문광장에 조성된 ‘12·23 분수’도 인터넷에서 느닷없는 역사논쟁을 불렀다. 이순신 동상 앞 분수의 이름에서 ‘12’는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판옥선 12척으로 왜선 133척을 격침시켰다는 의미이고, ‘23’은 임진왜란 7년 전쟁에서 23전23승을 거둔 전적을 뜻한다.
그러나 충남 아산 현충사 관계자는 “원균이 경남 거제의 칠천량 해전에서 왜군에 대패한 뒤 이순신 장군이 수습한 것은 12척이 맞지만, 나중에 녹도만호 송여종이 1척을 더 끌고와 결국 명량대첩에서는 13척으로 싸웠다.”고 설명했다.
12월23일이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누리꾼들은 “이순신 장군이 일왕의 생일을 기념하는 분수를 지키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고 비꼬았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09-8-31 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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