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통합안 강행처리···집단 난투극···풀뿌리 정신 큰 흠집
경기도 성남시의회가 행정구역 통합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여야 충돌사태는 ‘폭력국회’의 복사판으로 풀뿌리 지방자치 정신에 큰 흠집을 남겼다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성남시의회 한나라당 소속 김대진 의장은 22일 0시10분께 다수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여 본회의장에 입장한 뒤 의장석 옆 의사팀장 자리에서 의사봉을 잡고 행정구역 통합안건을 강행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여당 의원과 소수의 야당 의원이 집단 난투극을 연출했다.
이 모습은 지난해 7월 한나라당이 민주당 의원들의 격렬한 반대 속에 미디어 관련법을 통과시키던 모습을 연상시켰다.
당시 이윤성 부의장은 경호권이 발동된 상황에서 김형오 의장을 대신해 의사봉을 잡고 난투극 속에 의안들을 속전속결 처리했다.
경기도 성남시의회 한나라당 의원들이 22일 0시 10분께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의견 제시안을 기습적으로 처리하자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의장석에서 “처리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에 앞서 20일 김 의장은 본회의를 마친 후 홀로 의장석에 앉아 단상 사수에 나섰고 이튿날 낮 야 3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점거한 채 쇠사슬을 허리에 두르고 여당 의원들과 대치했다.
지난 연말 국회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매우 닮은 광경이다.
야당은 회의장 점거농성으로,여당은 의안 강행처리로 일관하고 의장은 그때마다 경호권을 발동하는 양상이 국회에서 지방의회로 전염된 듯하다.
국회에 이어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의회마저 힘의 대결과 물리력 충돌로 볼썽사나운 풍경을 연출하자 비판과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여느 때보다 높다.
김준한 아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비단 정치권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선 노사와 집단,동네 주민 등 모든 당사자 간에 문제를 해결할 때 반칙이 난무하고 있다“며 ”제도적 대안도 필요하지만 시간을 두고 반성의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나 지방의회의 갈등을 보면 현 정부 들어 갈등을 고조시킬 만한 이슈가 여러 건 제기된 측면도 있다“고도 했다.
박완기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사무처장은 지방의원의 정당공천제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았다.
그는 ”지방의회가 이렇게 된 것은 정당공천제가 도입되면서부터“라며 ”주민과 밀착된 생활자치,상임위 중심의 의회 운영을 외면하고 당론 중심으로 정치화되는 구조에서 초래한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최병대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냄비처럼 순간적,즉흥적,감정적으로 사태를 판단해 대응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실상을 진단해 차제에 풀어야 할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성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