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의(왼쪽 두 번째) 환경부 장관이 18일 스타벅스 서울 삼성역사 거리점에서 열린 ‘일회용컵 없는 매장 선포식’에서 시민들에게 머그컵을 나눠 주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정부청사가 일제히 ‘종이컵 없는 청사’ 만들기를 시도한 것은 2009년 5월. 환경부가 ‘일회용품 줄이기 추진계획’ 권고 공문을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에 띄우면서부터였다. 당시 환경부는 자원절약 및 재활용 촉진을 위해 공공기관의 상주 직원들에게 개인용 다회용컵(머그잔)을 사용하고 방문객용으로도 다회용컵을 비치하게 하는 실천수칙을 마련했다. 단, 어쩔 수 없이 사용한 종이컵은 회수대를 설치해 철저히 재활용하는 쪽으로 유도했다. 캠페인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경우는 전 직원들에게 다회용컵을 일괄 지급하기도 했다.
캠페인 이후 청사 내 상주 직원들의 다회용컵 보유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당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의 경우는 본부 직원 760명 가운데 570명(75%)이, 지식경제부는 전체 811명 가운데 750명(92%)이 다회용컵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종이컵을 다 사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 부처의 머그잔 보유 실태를 집계 중”이라면서 “우리 부의 경우 일회용 컵 대신 개인컵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국장실의 경우 손님들이 있어 일회용컵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과천 사회부처의 한 사무관도 “처음엔 개인용컵을 사용했지만, 일일이 씻기가 번거로워 일회용컵 사용 횟수가 늘고 있다.”면서 “세제를 이용한 세척으로 물 사용량이 늘어나면 경제적으로는 더 손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세종로 중앙청사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캠페인을 통해 전체 상주 직원(4140명)의 90% 이상이 머그컵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이를 사용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라면서 “게다가 하루평균 1000명이 넘는 청사 방문객들에게까지 친환경 잣대를 들이대는 건 더더구나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로 청사에서는 한때 민원실 등 외부인용 자판기 컵을 다회용 플라스틱으로 대체했으나, 세척과정에서의 위생 논란으로 결국 종이컵을 몰아내지 못했다.
정부대전청사도 마찬가지다. 대전청사는 환경부의 권고 캠페인에 한발 앞서 2006년 자발적으로 일회용컵 줄이기 운동을 펼친 곳이다. 친환경 정책의 하나로 청사 내 자판기와 일부 사무실 컵을 플라스틱 재활용컵으로 바꾸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으나, 위생 및 비용 문제로 얼마 못 가 유야무야됐다.
한편 스타벅스는 25일 서울 매장 29곳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전체 330개 매장 안에서는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금까지는 손님의 취향에 따라 다회용컵(머그잔)과 종이컵을 함께 사용했다. 개인 컵을 사용하는 고객에게는 가격을 300원 할인해 준다. 매장 밖으로 커피를 가져가는 ‘테이크 아웃’ 판매는 현행처럼 일회용컵이 제공된다.
유진상·황수정·박승기기자
sjh@seoul.co.kr
2011-01-19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