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영광과 지옥 말고도 추가할 게 하나 더 있다. 퇴임 후 ‘돈벼락’(수임료)이다. 돈보다는 명예라며 변호사 개업이나 대형 로펌행을 거부한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 ‘전관예우’ 덕을 톡톡히 누린다.
대법관은 통상 30여년의 법조 경력을 가진 엘리트 법관들 중에서 나온다. 예우는 국무위원급이다. 3000㏄급 에쿠스 승용차가 기사와 함께 제공된다. 연봉은 수당을 합쳐 1억원이 조금 넘는다. 해외출장에선 국무총리급 의전을 받는다. 일단 대법관에 임명되면 빨간 카펫이 깔린 넓은 방에서 하루 종일 서류 더미에 묻혀 산다. 2009년 기준으로 대법관 1명이 1년에 처리하는 사건은 2176건이다. 하루 평균 6건에 가깝다. 이를 두고 전직 대법관은 “대법관은 숙명처럼 외롭게 살아 간다.”고 말한다. 빠르고 편하게 종이 서류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무 골무’가 손끝에 항상 꽂혀 있다. 생지옥이 따로 없다. 일부 대법관은 퇴근할 때 서류 뭉치를 싸들고 집으로 간다. K 대법관은 “대법관에게 필요한 연구와 사색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최종심이라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다. 대법원 판결이 나면 더 이상 하소연할 데가 없기 때문이다. 김 국민권익위원장은 대법관 퇴임사에서 “대법관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바람직한 최선의 길을 찾는 고뇌의 자리였다.”고 말했다. 중요 선고가 있으면 새벽 1, 2시까지 고민한다.
대법관 퇴직 이후 행보도 관심거리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방순원·조무제 전 대법관은 ‘청빈’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반면 변호사로 활동하면 수임료로 연간 10억원은 ‘누워서도’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전직 대법관들이 대형 로펌 등에서 일하고 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2011-01-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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