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보통고시 → 7·9급 분리 → 학력폐지 → 시험과목 변경?
모든 법과 제도는 시대적 상황과 사회의 요구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이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채용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해 말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를 깨는 동시에 고교 졸업자에게도 공직의 문호를 넓히기 위해 9급 공채 시험 과목 변경 방침을 발표, 현재 세부 시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 발표 이후 기존 수험생과 행정학자를 중심으로 일부 학자들이 이에 대한 반발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과목 개편이 시대의 흐름에 맞다는 게 시험 주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판단이다. 이번 주 ‘테마로 본 공직사회’에서는 시대에 따른 공무원 채용제도 변화를 살펴봤다.지난달 1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7회 한·중·일 인사행정 국제 심포지엄’에서 3개국 참가자들이 인사행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하지만, 당시에는 공직 내 부족한 인력을 시험인 ‘고시’보다는 현재의 특채시험에 해당하는 각종 전형을 통해 주로 충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이때의 고시는 자격시험으로, 합격한다고 해서 임용이 보장되지는 않았다. 이 제도는 1960년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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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제도 도입 후 이때까지는 응시연령 상한·하한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었고, 지원자격(학력)과 시험과목 등에 따라 자연스럽게 응시 연령대가 형성됐다.
이후 공무원 채용 시험은 일부 세부적인 변화를 거쳐 1973년 전 직급 별 시험에서 응시 학력 제한 요건이 폐지됐다. 공무원 시험만큼은 모든 국민에게 기회가 동등하게 보장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에 앞서 1963년 각 직급별 응시 제한 연령이 설정됐고, 이후 학력 제한 요건이 폐지되면서 응시 제한 연령 요건은 더욱 강화됐다. 1963년 고등고시는 22~45세 미만으로 응시 연령이 제한됐고, 1973년 20~40세 미만으로 변경됐다. 1973년 기준으로 현재 7급 시험에 해당하는 보통고시의 응시연령 제한은 18~35세 미만, 현재 9급 시험에 해당하는 5급 공무원 고시는 18~28세 미만으로 제한됐다.
1981년은 공무원 직급 체계와 시험이 현재의 토대를 갖춘 시기다. 갑·을류 등으로 분류됐던 직급 체계는 1~9급으로 정비됐고, 시험도 5급 사무관을 뽑는 행정고시(현 5급 공채)와 7·9급 공채로 확립됐다. 이후 정부는 2006년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도입, 1~2급 공무원을 고위공무원으로 통합했고 2009년에는 전 시험에서 응시 상한 연령 제한 요건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현재 5·7급 공채는 20세 이상, 9급 공채는 18세 이상부터 응시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2013년 국가직과 지방직 9급 공채부터 고교 졸업자도 쉽게 응시할 수 있도록 시험 과목을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행정 시험 과목인 ‘행정법총론’과 ‘행정학개론’이 정규 교육과정만 이수한 고교 졸업생이 치르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국어, 영어, 한국사를 공통과목으로 정하고 행정법총론과 행정학개론을 선택과목으로 변경할 방침이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2012-03-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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